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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일반/- 아! 어쩌나?

[아! 어쩌나?] (147) 저는 가망이 없는 신자인가요?

by 하늘 호수 2012. 5. 5.

 
[아! 어쩌나?] (147) Q.저는 가망이 없는 신자인가요?



Q.저는 가망이 없는 신자인가요?

   판공성사 때마다 저 자신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느낍니다. 사순시기가 시작되면 죄를 짓지 말고 살아야지 하고 결심하지만 정작 고해성사를 보려 성찰을 하면 늘 같은 죄를 반복하는 한심한 제 모습에 마음이 괴롭습니다.

 제가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어떤 열심한 분이 저를 한심하다는 듯한 눈으로 "기도생활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기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더 기도해야 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온종일 기도만 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A. 형제님 고민은 형제님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많은 신자분이 하는 고민이고, 저 역시 젊은 시절 가졌던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교리를 배우신 분들은 죄와 지옥 벌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고해성사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신앙생활은 죄를 짓지 않는 생활이라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물론 죄를 짓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이 죄를 짓지 않는 것에 국한한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하느님께 가기가 더 어려워지고, 신앙생활이 무거워지고 심리적으로 신경증적 억압현상이 생겨서 삶이 우울하고 힘겨워질 수도 있으니 주의할 일입니다.

 우선 신앙생활에 대한 개념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앙생활은 단순히 죄를 짓지 않는 삶이 아니라 내 인생에 희망과 구원을 주시는 주님을 맞아들이는 삶이라고 좀 더 눈을 들어 생각해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 죄를 사해주러 오는 분이시고, 죄의식에 짓눌려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러 온 분이십니다.

 우리가 자기 죄 때문에 주님을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의 한심한 모습만 보고 우울해한다면, 그것은 신앙생활이 아니라 자학행위, 병적 신심입니다. 형제님을 보고 믿음이 약하다고 하신 분은 정신적으로 그리 건강한 분이 아니니 멀리하시고 하느님을 만난 기쁨을 이야기하는 분들을 가까이하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죄를 짓고 살 수밖에 없는 존재란 것을 아셔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은 천사처럼 영적 존재가 아니라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를 안고 사는 한계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즉, 내가 선택하는 행동은 나의 의지만으로 하기가 어렵고, 많은 경우 무의식적 충동으로 하기에 머리로는 죄를 짓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몸이 말을 안 들을 때가 잦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의 머리와 몸은 심리적 현상을 상징적으로 말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본의 아니게 죄를 지을 때도 있고 의지의 심약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죄를 짓고 살 수밖에 없는 허약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늘 같은 죄를 반복해 짓고 사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죄는 필요없는 것, 절대적으로 없애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으신데 일견 옳은 생각이지만 죄를 보는 시각을 좀 다른 각도에서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죄가 있는 곳에 은총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의 의미는 무엇인가? 만약 나는 터럭만큼 죄도 짓지 않는 순결한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면 '루치펠 콤플렉스'에 걸립니다. 루치펠은 하느님을 거부한 대천사 사탄입니다. 자신이 완전하기에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함부로 하고 싶은 교만 욕구에 걸려들어 회개없는 삶을 삽니다. 또 하느님 이름으로 일은 하지만 하느님은 뒷전이고 자신이 하느님 역할을 하려는 콤플렉스에 걸려 사람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짓을 서슴없이 하는 어두운 영혼이 되고 맙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죄인이라는 죄의식은 불편하지만 나를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 겸손되이 서 있게 해주는 '은총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자기 성찰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나는 왜 이렇게 많은 죄를 짓고 살까, 나는 왜 이렇게 변화하지 못하는가, 나는 왜 이렇게 주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는가 하는 식으로 심하게 질책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런 상태가 바로 심리적 연옥이자 지옥입니다.

 자기 성찰은 자신의 죄를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남을 판단할 자격이 없음을 깨닫고 오로지 자기 정진을 위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자 죄 중에 사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기회와 사랑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시간입니다.

 형제님께 권해 드리고 싶은 성경 구절이 있습니다. 루카복음(23,41-43)에 나오는 죄수 이야기입니다.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홍성남 신부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 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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