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씨는 독주회를 열 만큼 집안이 넉넉하지 못하다. 경기도 안산에서 부모님과 24평 다가구 주택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그가 첫 독주회를 열기까지는 ‘남모르게 도와준 이웃’이 있었다. 김씨에게 처음 피아노를 가르쳐준 이웃 지성숙(여·38)씨다.
지씨는 김씨 독주회의 기획, 제작, 홍보 업무를 맡아줬다. 독주회가 끝나고 그녀는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 콘서트를 도와줄 사람들을 석 달이나 찾아 다녔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흔쾌히 도와주신 용인 축협 직원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용인 축협은 지씨의 남편이 다니는 직장이다.
13년 전 경기도 안산시에서 피아노 교습소를 하던 지씨가 쇼팽 곡을 연주할 때마다, 추리닝을 입은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문 밖을 왔다 갔다 했다. 그 아이는 창문 밖에서 교습소를 들여다 봤고, 교습소 안에 있는 거울에 비친 아이의 모습이 지씨의 눈에 자주 들어왔다.
그 소년은 이웃에 살던 김경민(당시 13세)이었다.
당시 김경민씨의 몸 상태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다. 30도 정도 옆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항상 침을 흘리며 지성숙씨의 피아노 연주를 들었다. 어느 날 옆에서 구경하던 소년에게 “한번 해볼래?”하고 피아노를 가르친 것이 인연이 됐다.
공사장에서 식당 일을 하는 부모님과 살던 김경민씨가 피아노를 계속하기는 쉽지 않았다. 김경민씨는 특히 뇌성마비로 인해 손가락이 대부분 안쪽으로 말려 있어 피아노 연주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마디마디 연필을 끼워 넣어 한 달 반 동안 연습하자 조금씩 손가락이 풀렸고, 6개월이 지나자 기적적으로 피아노를 치는 게 가능해졌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 김경민씨는 왼손에 마비가 올 정도로 하루에 열 시간 넘게 연습을 했다. “전국을 다니면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싶어요.”
김경민씨는 연주회가 끝나고 이렇게 작은 소망을 이야기했다. 그는 장애인의 날인 다음달 20일 서울 코엑스아트홀에서 두 번째 독주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