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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일반/- 12사도의 생애

열두 사도에 대해 알고 싶어요(6) - 필립보

by 하늘 호수 2008. 8. 11.
 
"[교회상식 교리상식- 103]열두 사도에 대해 알고 싶어요(7) 필립보 "

필립보는 공관복음과 사도행전에는 열두 사도 명단이 언급될 때에 이름만 나옵니다(마태 10,3; 마르 3,18; 루카 6,14; 사도 1,13). 이에 비해 요한복음에서는 필립보와 관련된 일화를 여러 번 언급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을 중심으로 필립보 사도에 대해 알아봅니다.
 
 필립보는 시몬 베드로 및 안드레아와 고향이 같습니다. 벳사이다 출신이지요(요한 1,44). 필립보라는 이름(Φιλιπποs)은 그리스어로 "말(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시몬 베드로를 부르신 다음날 필립보를 만나시고는 "나를 따르라" 하고 부르십니다(요한 1,43). 이렇게 해서 예수님의 제자가 된 필립보는 나타나엘을 예수님께 인도합니다.(나타나엘은 사도 바르톨로메오와 동일한 인물로 추정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호'에서 좀 더 자세히 언급하겠습니다.)
 그런데 필립보가 나타나엘을 예수님께 인도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게 있습니다. 율법에 약속된 그분을 보았다는 필립보의 말에 나타나엘은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게 나올 수 있겠느냐'고 핀잔을 주지요. 그러자 필립보는 "와서 보시오"(요한 1,46) 하면서 거듭 설득합니다. 여기서 필립보가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라는 확신에 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 이 말씀은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묵고 계시는 곳을 알고 싶다고 물었을 때 "와서 보아라"(요한 1,39) 하신 예수님 말씀을 상기시키지요. 이는 필립보가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 예수님께서 묵고 계신 곳을 직접 가서 본 안드레아나 요한의 다른 제자에게서 예수님에 관해 전해들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필립보 역시 요한의 제자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겠지요.
 요한복음에서는 필립보가 예수님께 부름을 받았을 때를 제외하고도 세 번에 걸쳐 필립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첫째,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서입니다. 예수님께서 필립보에게 군중에게 먹일 빵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 것인지를 묻자 필립보는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다"고 대답합니다(요한 6,5-7). 예수님께서 필립보를 시험하고자 하신 질문이었는데 필립보는 합당한 대답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나타나엘에게 "우리는 그분을 만났소"라고 말하고 또 "와서 보시오"하고 거듭 설득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보면, 필립보는 계산에 치밀하고 현실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그리스 사람들을 예수님께 안내하는 대목(요한 12,21-23)입니다. 그리스 사람들이 필립보에게 예수님을 뵙고 싶다고 청하자 필립보는 안드레아에게 이 말을 전하고 또 안드레아는 필립보와 함께 예수님께 전합니다. 여기서는 왜 필립보가 예수님께 직접 전하지 않고 안드레아를 통해서 전했을까 하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의중을 잘 몰라서였을 수도 있고 자기보다는 안드레아가 예수님과 더 가깝다고 여겨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경우를 헤아려서 행동하는 것이 필립보의 성격인 듯합니다.
 셋째, 예수님께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고 청하는 대목(요한 14,8-11)입니다.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고 청하면서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필립보의 말에서 계산을 깔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에게서 호된 질책을 당하지요.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예수님 부르심에 제자가 됐으면서도 예수님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지 못해 깨우침을 받곤 했던 필립보는 성령강림 후 사도단의 일원으로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합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성경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필립보는 흑해 서부 스키티아 지방에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말년에는 소아시아 프리기아 지방에 있는 히에라폴리스라는 도시에서 지내다 십자가에 매달려 돌에 맞아 순교했다고 전하지요. 이때 필립보 나이는 87살이었다고 합니다. 필립보에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두 딸 또한 아버지 곁에 묻혔다고 전해집니다. 필립보 사도의 유해는 그 후 콘스탄티노플(오늘날의 이스탄불)로 이장됐다가 다시 로마에 있는 12사도 성당으로 옮겨졌습니다.
 필립보 사도의 축일은 5월 3일입니다. 필립보 사도는 포목업자와 모자 제조업자의 수호성인이기도 합니다.
 한편 사도행전 8장에서 필리포스의 선교 활동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또 21장에는 바오로 사도와 카리사리아에서 복음 선포자인 필리포스 집에 머물렀으며 그에게는 네 딸이 있었다고 언급돼 있지요. 이 필리포스는 사도 필립보가 아니라 스테파노와 함께 일곱 봉사자(부제) 중 한 사람으로 뽑힌 필리포스(사도 6,4-5)를 가리킵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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