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글/- 좋은 글

사랑이란 용기있는 자의 아름다운 몸짓

by 하늘 호수 2009. 12. 22.

 

 

 

 

 

 

지난 11월 초순경 일이다

...

경진 남부선 열차 안은 조용하기보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열차의 승객이라고는 통학하는 학생들, 농촌의 남정네, 주부들과

농수산물을 도시에 내다 팔고 돌아가는 할머니들이 대부분으로

달리는 열차에 흔들리며 추위에 떨고 있었다.

승객 중에는 주말 열차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더러 보였다.

 

열차 안에서 만난 그녀는 무척 병약해 보였다.

흰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었고 짧은 외투는 퇴색되어 후줄근해 보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의 눈에는 삶에 대한 강한 집념이 절실해 보였다.

...

 

그녀는 치약과 치솔을 앉아 있는 승객에게 조심스레 내밀며

꺼져 가는 목소리로 "적선하십시오"

허리를 굽혀 절을 한다.

물건을 보고 맘에 들면 하나쯤 사달라는 듯

그녀의 시선 속에는 안타까움과 아픔이 배어 있는 눈빛이다.

승객등 대부분은 외면을 하거나 눈을 지그시 감고 조는 척하였으나

그녀의 표정에 원망이니 서운해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맞은편 저쪽에 혼자 앉아 있는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불편한 손으로 주머니를 뒤지며 무엇을 찾는 듯하다.

천 원짜리 지폐 2장을 끄집어 내려다가 잠시 망설이더니 도로 집어넣고는

또다시 아랫주머니를 뒤져 꼬깃꼬깃 구겨진 만 원짜리 1장을

그녀에게 건네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너무나 의외의 큰돈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할머니는 치약과 치솔을 필요 없다며 도로 가져가라는 듯

손을 흔들어 저어 대지만 할머니의 무릎 옆에 가지런히 올려놓고는

뒷걸음질 쳐 연신 절하며 물러서는 모습은

하루의 삶을 도와주셔서 고맙다는 듯 절실해 보였다.

할머니는 돌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 자세를 고쳐 앉으며

치약, 치솔을 옆자리로 밀쳐놓고는 두 손을 모으고 지그시 눈을 감는다.

기도하는 모습니다.

...

 

하루를 힘겹게 살아갈 가난한 그녀에게 삶의 용기를 주고자 한

할머니의 기도하는 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차창에 기대어 어둠 속으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무정했던 지난날 내 모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사랑이란 용기있는 자의 아름다운 몸짓이리라.

...

 

나는 선뜻 사랑의 선물을 누구에게나 베풀 수 있는 용기를 가졌던가.

행동으로 보여 준 적이 있던가.

며칠 전만 하더라도 객선 뱃머리 대합실에서

한과를 손에 들고 찾아온 할머니를 애써 외면하면서

귀찮다는 듯 눈을 감아 시선을 돌려 버린 어설픈 몸짓,

사무실에 무거운 화장지 상자를 끌다시피 하며 찾아온 할머니에게

너무 자주 온다며 질책한 나의 서투른 행동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

 

사랑과 희생, 봉사는 용기 있는 자의 헌신하는 모습일 게다.

열차 속의 그 할머니 기도하는 성스러운 몸짓처럼 사랑의 눈길이 있다면

희망은 우리의 가슴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표석봉, <희망편지> 참조)

 

- 차동엽 신부의 '신나는' 복음묵상 중에서-

  

 

반응형

'좋은 글 > -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이라는 종착역   (0) 2009.12.30
힘들 땐 3초만 웃자  (0) 2009.12.26
오늘은 쉬십시오  (0) 2009.12.18
소중한 사람에게주는 글  (0) 2009.12.16
미소를 보여주세요  (0) 2009.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