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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아기 안에 숨어 계신 하느님

by 하늘 호수 2010. 12. 6.

  

 

 

 

 

엘리 비젤이 전한 어떤 유다인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제셸이라는 소년은 어느 날  느닷없이 할아버지 방에 울면서 들어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유명한 라삐 바룩이었지요.

제셸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친구가 무례하게 굴었어요."

"음, 얘야,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없겠니?"

하고 라삐가 묻자 소년이 말했습니다.

"친구랑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너무 잘 숨는 바람에 저를 찾지 못했어요.

그러더니 친구가 못 찾겠다고 그냥 집으로 가버렸어요.

너무하지 않나요?"

 

친구가 찾는 것을 포기하고 숨바꼭질의 재미가 없어진 것이지요.

라삐는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면서 자신도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그랬구나, 그러면 안되지.

그런데 얘야, 하느님도 마찬가지시란다.

그분이 숨으셨는데 우리가 찾지 않는 거란다.

잘 생각해 보렴.

하느님이 숨으셨는데 우리가 그분을 찾지도 않으니 말이다."

 

이 짧은 이야기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탄 신비의 숨은 뜻을 알 수 있습니다.

그분은 힘으로 우리가 당신 앞에 무릎 꿇게 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진정한 자유 안에서 우리와 사랑의 관계를 맺고 싶어 하십니다.

기다림, 찾는 마음, 오고감이 있는 가운데

모든 피조물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영원한 사랑의 관계를 맺고자 하십니다.

 

하느님은

모든 피조물이 길을 걷기를,

자유 안에서 당신의 부름에 응답하기를,

그래서 새롭게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십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기다리십니다.

:

:

하느님은 임마누엘이십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 모상이 되고 자유와 사랑을 만끽하도록 숨어 계십니다.

정말 어려운 곳에 숨으셨습니다.

마구간에서 태어난 한 아이 안에 숨으셨습니다.

:

:

어디에서 어떻게 그분을 찾을 수 있는지 실마리를 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찾도록 그분이 우리를 찾아 나서십니다.

우리와 가까워지기 위해 엄청난 거리를 내려오시어 사람이 되고 아기가 되셨습니다.

 

 

 

 

- 요제프 라칭거 지음,

<교황 베네딕도 16세의 성탄 이야기, 성탄 > 중에서-

( 바오로딸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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