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에
젊은 여인이 아직 철들지 않은 자식들을 이세상에 두고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야할 때의 마음은 어떨까?
어린것들을 두고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낄 것이다.
아직은 어려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지도 모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눈에 밟혀 눈을 쉽게 감을 수 없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진다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하시던 예수님도 그 마음이 아니셨을까?
3년을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
빵 다섯개로 오천명을 먹이시고, 물 위를 걸으시고, 풍랑을 잠재우시고,
죽은 나자로를 살리시는 등의 수많은 기적을 체험했으면서도
아직도 스승을 잘 모르고, 철부지 같기만 한 제자들...
그런 제자들을 이 세상에 두고 십자가를 지고 돌아가실 일을 앞두시고
예수님은 만찬중에 기도를 하신다.
제자들을 하느님께 부탁드리는 예수님의 기도이다
(요한복음 17장)
저는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
저는 더 이상 세상에 있지 않지만 이들은 세상에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
이제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제가 세상에 있으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들이 속으로 저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
이들을 세상에서 데려 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
: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가슴 절절히 느껴지는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이며
이는 곧 우리를 향하신 그분의 사랑이고 기도이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미사전에 고요히 묵상하다보니
죽음을 앞둔 김대건 신부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갖 신부되시어 고국에 오셔서 할 일도 많으셨을 거고, 하시고자 하는 일도 많으셨을 것이다.
전국 곳곳에 숨어 사는 신자들을 고루 찾아다니시며 성사집전하시고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영혼의 상처들을 치유해 주시고자 하셨을 것이다.
또 믿지않던 조선의 모든 백성들의 영혼을 구원하고자 하셨을 것이다.
25세에 사제되시어 갖은 고생하시며 고국에 입국하셨다.
신부님을 한번만이라도 뵙고자 하는 신자들도 많았고,
해야할 일도 많으셨던 당신께서 죽음을 앞 둔 마음은 어떠셨을까?
동서양 문물을 두로 경험하시며 익힌 학식과 재주와 능력이 출중하시어 조정에서도 필요로하던 사제,
그러나 착한 목자로서만이 어린양을 돌보고자 했던 사제
돌보아야 할 어린양이 이렇게 많은데, 그들을 그냥 두고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사제의 마음
순교가 두려운 것이 아니었으리라.
죽음을 앞 둔 사제는 스테파노 순교자처럼 성령이 충만하여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 오른쪽에 계신 예수님이 보이셨을 지도 모르겠다.
당신 혼자만을 생각하면 어서 순교하여 하느님앞에 가고 싶으셨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시절 조선 팔도에 흩어져 있던 신자들,
당신이 돌보고자 했던 어린양들은 박해로 인하여 바람앞의 등불처럼 언제 꺼질 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그 어린양들을 두고 가시는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오늘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그 아픈 마음이 느껴지고
예수님의 제자들을 향한 마음이 느껴지고
아들의 고통을 말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성모님의 아픔이 느껴져
목이 메이고 눈물이 맺히는 날이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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