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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일반/- 아! 어쩌나?

[아! 어쩌나?] (150) 계명 콤플렉스

by 하늘 호수 2012. 5. 5.

 
[아! 어쩌나?] (150) Q. 계명 콤플렉스




Q. 계명 콤플렉스

   저의 가정은 이웃들이 '성가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족 모두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들은 모르는 속사정 때문에 저는 자주 속이 상합니다.

 제 남편은 성당에서 열심한 봉사자인데 너무나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서 성당에서나 직장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회식을 가도 그날이 금육 날이면 남편은 라면을 따로 끓여달라고 해서 먹을 정도입니다.

 아들은 아버지와는 달리 소위 '날탕' 같아서 성당은 나가는데 신앙생활은 뒷전이고 친구들 만나러 놀러다니는 식으로 성당을 다녀 제 속을 상하게 합니다. 늘 똑같은 죄를 고백하는 것도 지겹다고 아예 미뤘다가 한꺼번에 해결하겠다고 고해성사도 몇 달째 안 보고 있고요. 도대체 저희 집 남자들이 왜 이렇게 살까요?
 

 A. 남편분이건 아드님이건 양상은 다르지만, 원인은 하나입니다. '계명 콤플렉스' 때문입니다. 특히 남편분은 문제가 더 큽니다. 직장에서마저 따돌림을 당한다면 곤란한 일이지요. 계명을 철저히 지키려고 하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왜 그럴까요?

 계명을 지키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건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분들의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같이 식사하는데, 이건 건강에 좋고, 저건 뭐가 안 좋고 하면서 음식에 대해 세세하게 타박을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음식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입도 짧은 게 밥맛없게 구네'하는 생각이 들까요? 계명을 지키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계명의 본래 목적보다 계명 글귀 자체에 집착해 이것도 죄가 되고, 저것도 죄가 된다는 식으로 살다 보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당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분들은 계명의 본래 의미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성심리학에서는 계명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계명이란 우리 삶을 보호하고 행복하게 해주려고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입니다. 사람 마음은 어떤 부분은 어른스럽고 성숙한데, 어떤 부분은 미성숙하고 충동적이어서 오직 자기욕구만을 채우려 합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이 절제가 안 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그 후유증은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따라서 자기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엉뚱하게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 뒷수습하는데 낭비하게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명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계명이 처벌 기준이거나 혹은 죄인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저울로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을 행복하고 성공한 인생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란 것입니다. 그럼 이런 좋은 계명을 잘 지키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선 계명을 지키지 못했을 때 자기 처벌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죄를 짓고 자기 처벌을 하는 것은 성찰과는 다른 것입니다. 내가 왜 이럴까? 왜 이렇게 한심할까? 나 같은 것은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이미 지나간 일들을 곱씹고 후회하는 것은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칫 '종교적 우울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많은 영성가들이 "죄를 지었을 때 거기 너무 오래 머물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또 죄를 지었을 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너 왜 죄를 지었어'하는 것이 아니라, '왜 죄를 짓게 됐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이 자기 이해입니다.

 혹자는 이것은 두고 '자기 합리화'라고 비난하기도 하는데, 자기 합리화는 성장하기를 꺼리는 심리적 저항에서 비롯된 핑계 기제인 반면 자기 이해는 죄를 짓는 이유 즉, 내 마음이 고장 난 원인을 찾는 작업이기에 합리화가 아닌 합리적 처방이라고 합니다.

 초등학생들은 건강식품보다 불량식품을 더 선호합니다. 어른들 역시 그런 성향이 있어서 때로는 어른스럽지 못한 선택을 해서 죄를 짓는데, 이런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치유 작업을 해야 계명 강박증에 걸리지 않고 계명을 내 인생의 길잡이로 삼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계명은 우리를 옭아매려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몸의 건강을 위한 건강수칙처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건강수칙을 지나치게 세세하게 지키려다 보면 건강 염려증이란 복병에 걸려드는 것처럼 계명 역시 지나치게 세세하게 지키려다 보면 '율법 강박증', '계명 콤플렉스'에 걸려 자칫 신앙생활이건 사회생활이건 잘하지 못하고 인생 낙오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늘 주님이 계명을 주신 의미를 되새기면서 강박증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홍성남 신부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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