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
글 - 전병한
한 나무꾼이 산을 내려오다가 물놀이를 하고 있는 선녀들을 보게 되었다.
호기심에 숨어서 바라보고 있다가 그 중 한 여인의 날개옷을 감춰버렸다.
얼마 후 선녀들은 놀이을 마치고 하늘로 훌훌 날아가 버렸으나 옷을 찾지 못한 선녀는 그대로 남게 되자
나뭇꾼이 다가가서 같이 살기를 졸라 하는 수 없이 부부가 되었다.
돌연히 유명을 달리한 아내의 일생을 생각해보니 문득 옛 얘기가 떠올라서 적어 본 것이다.
선녀는 속세의 모든 것이 서툴러서 힘겨워 했으나 그래도 여자의 도리를 다하려고 가냘픈 체질에 딸도
많이 낳고 종국에는 아들까지 낳아서 모두 훌륭히 길러내었다.
아들 딸 모두 출가시키고 그들의 노후는 신혼의 단꿈처럼 서로 의지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왔으나
하느님은 드디어 그녀를 소환하기로 정하여(향년77세)
속세에서의 그의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급성심근경색)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그녀는 날개옷을 찾아 입고 새처럼 날아 간 것이다.
날아가는 새는 뒤돌아보지 않는다던가 !
무정하게도 그녀는 높이 높이 하늘만 향하여 날아가 버렸다.
50여년의 쌓인 정은 어찌하라고 !
이 세상에서 쌓아올린 영욕과 그 모든 것을 다 그대로 두고 떠나버리다니....
그대의 '영정'은 아름다운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되고 친지들이 보내 온 커다란 화환이 무수히 진열되어
향기가 가득한데 유난히 꽃을 사랑하던 그대가 보았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숙연하게 들리는 신도들의 기도소리가 속세보다 더 아름답게 꽃피는 하느님의 나라로 인도하리라.
옛날 그녀와 선을 본 대목에서는 나는 첫눈에 반해버렸다고 하였으며 그녀는 나의 순수성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녀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이 각별하였다고 하며(장녀) 결혼을 해서는 남편의 보호를 받는 편으로 맑고 온화한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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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가끔 과거를 회상할 때에는
그녀는 나에게 시집와서 잘 살았다는 말도 했고 나는 미인에게 장가들어 행복했노라고 얘기했었다.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려고 근래에는 과거를 회상하는 얘기들을 많이 하였던 것 같다.
연약한 그녀를 항상 돌봐주는 마음가짐이었으나 생사의 기로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특별한 진찰을 받아본다든가 명령적인 한계를 깨우쳤어야 할 터인데 식체(체증)는 차차 회복되었던
전례를 믿고 염려는 하면서도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이다.
인생은 일장춘몽이라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라고들 하지만 생과 사가 종이 한 장 차이로 판가름 날 때의 그 놀라움은 형언할 수가 없고 기가 막혔다.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가?
인생의 필름이 갑자기 끊긴 상태라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황당할 따름이다.
희로애락이 사라진 천사 같은 자태 !
잘 가소서 아름다운 여인이여 !
이 세상에 단 한사람 뿐인 그대는 사라졌다.
혹시 저기 가는 여자들 틈에 끼어있지 않을까 ?
살피고 찾아보아도 이제 이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대 없이도 시간은 흘러간다.
지금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라고 하고 또 꽃피는 봄이 오고 가겠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모든 것이 그대가 있었기에 그러했던 것을...
'인명은 재천이다', '운명이다'라는 말을 되뇌면서 체념해야지...
잊을 수 없는 일을 잊어야지 !
딸들이 카톨릭교도라 말년에 맺은 인연으로 유골을 성당의 납골당에 모실 수 있었다.
나도 성당의 통신교육을 받기 시작하였는데 이제 하느님의 말씀들이 약간 귀에 들어오는 것 같다.
인간은 하느님의 나라에서 영생하는 것이라고 하니 슬퍼하지 말 것이며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늘나라에서 만복을 누리도록 기도드려야 하겠다.
******한국은행 사보 <한은소식>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