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최남선 수녀
한해 돌아
사순절이 올 무렵이면
수녀원 중정 작은 꽃밭에
하얗게 쌓인 눈을 헤치고
승리의 개선가 부르며
제일 먼저 피는 꽃
황금빛 반짝이는 얼굴
하늘 보며 찬미 영광 드리네.
혹한을 참아낸 너의 소리 없는 웅변
사랑과 침묵의 명강론에
오가는 행인들
가슴속 깊은 감동의 울림
너에게서
부활의 전주곡 들려오네.
어둠의 터널 지나온
황금빛 복수초
작년 2월15일경 사람들은 따뜻한 온돌방에서 솜이불을 덥고도 춥다는데 얼음과 눈 속을 뚫고 개선장군처럼 꽃망울을 터뜨린 복수초를 처음 본 순간, 아! 하고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작년 2월 10일이 사순 제1주였고, 3월 23일이 부활 대축일이었다. 그 꽃을 보는 순간 그 꽃이 말없이 온몸으로 보여준 강력한 메시지에 크게 감명 받아 소스라치게 놀랐다. "보라! 십자가의 고통 없이는 영광의 부활은 없다"고 세상에 아주 크게 외치고 있었다.
현대 사람들은 밤낮 편리함과 쾌락과 눈에 보이는 행복을 찾아 애써 헤매지만 옛날 성인 성녀들은 그와 반대로 고통을 찾아 헤맸고, 소화 데레사 성녀도 고통 없이 보낸 날은 "주님이 오늘 날 잊어버리셨나?"하시고 서운해 하실 정도로 고통을 찾아 헤맨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동번역: 로마 8,18)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그러한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공동번역: 로마5,3)
"여러분이 지금 얼마 동안은 갖가지 시련을 겪으면서 슬퍼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것은 여러분의 믿음을 순수하게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결국 없어지고 말 황금도 불에 단련을 받습니다." (공동번역:1 베드 1,6)
"그리스도께서도 여러분을 위해서 고난을 받으심으로써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라고 본보기를 남겨 주셨습니다." (공동번역 1베드 2,21)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보통 때 한센 병자가 무척 어려워서 일부러 멀리 멀리 피해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피하려고 해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곳에서 그 환자와 아주 가까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 순간 무척 어려웠겠지만 그 환자를 예수님으로 생각을 바꾸어 두 눈 딱 감고 사랑으로 포옹했을 때 상당히 감미로움을 느꼈다. 헤어져 걷다가 너무 기분이 황홀하여 다시 뒤돌아보니 그분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고 뒷맛은 기가 막히게 거룩하고 감미로웠다. 바로 그분이 예수님이었다."
<참소중한 당신에 실린 최남선 수녀님 글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