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상 모으는 장희동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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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동안 천사상을 모아온 수집가 장희동 신부. | 20년 동안 2000여 개의 천사상(像)을 모아온 수집가가 있다. 집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그의 장식장을 열면 그야말로 천사들의 합창이 시작된다. 이탈리아에서 온 앉은뱅이 천사, 알파벳을 타고 노는 천사, 손을 턱에 괴고 있는 중국 천사…. 천사 뿐 아니라 축구공을 굴리는 수사들도 있고, 달걀 바구니를 안고 즐거워하는 수녀도 있다. 피부색 다른 다국적 천사들이 한데 모인 이곳은 하늘나라 축소판 같다. 이쯤 되면 '천사들의 아버지'라 불러도 좋겠다. 서울대교구 면목동본당 주임 장희동 신부. 그는 워낙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한다. 신학생 시절, 선물로 들어온 천사들을 책상에 진열해 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천사에 빠지기 시작해 천사를 모아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천사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도움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마냥 좋아서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천사상 재료는 대부분 목조, 자기, 옥 등으로 다채롭다. 이탈리아ㆍ프랑스ㆍ뉴질랜드ㆍ호주ㆍ필리핀 등지에서 왔다. 값은 3000원부터 50만 원까지 다양하다. 그는 주로 성지순례 때 구입해오거나, 국내 공예품 가게를 돌아다니며 천사상을 구했다. 어디를 가든지 천사상이 진열된 가게 앞에선 눈을 떼질 못한다. 그가 이렇게 많은 천사들을 수집할 수 있었던 건 최근까지 서울에서 성물방을 운영하며 이탈리아를 오간 형 덕분이다. 형 덕택에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천사'들을 싼 값에 데려올 수 있었다. 본당 신자들이 여행지에서 사오는 천사상도 만만찮게 많다. 장 신부는 새 임지로 발령이 날 때마다 천사들도 데리고 다녔다. 그동안 서너 차례 전시도 열었다. 지금은 그의 어머니가 사는 경기도 광주 목현동 집에 진열해놨다. 큰 장식장 10개에 나눠 넣어도 다 못들어간다. 장 신부는 "좋은 사람 곁에 있으면 좋은 것처럼 천사들을 모아왔다"면서 "조금 더 모아 수도회나 박물관에 기증해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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