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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일반/- 궁금증 해소하기

천사 이야기

by 하늘 호수 2008. 10. 17.

"[교회상식 교리상식-110] 천사 이야기(1) "


천사는 어떤 존재인가요


교회는 9월 29일을 성 미카엘과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축일로 지냅니다. 또 10월 2일은 수호천사 기념 축일이기도 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와 「한국가톨릭대사전」을 중심으로 천사에 대해 2회에 걸쳐 알아봅니다.
 
 ◇천사는 존재하는가
 천사는 흔히 하얀 옷에 날개를 단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때로는 꿈 속에서 나타나기도 하지요. 어떤 사람들은 천사란 상상 속 존재이지 실재하는 존재가 아니라면서 21세기의 과학 시대에 '천사'가 어디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천사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요?
 "성서가 보통으로 천사라고 부르는, 육체를 가지지 않은 영적인 것들의 존재는 신앙의 진리이다. 성전 전체의 증언이 일치하듯이, 성서의 증언도 명백하다." 「가톨릭교회교리서」 328항 내용입니다. 말하자면 교회는 천사가 상상 속 존재가 아니라 실재하는 존재임을 신앙의 진리로 선언하는 것입니다. '신앙의 진리'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확인되는 진리는 아니지만 진리임을 믿고 고백하는 것을 말합니다. 천사의 존재가 신앙의 진리라는 교회 가르침은 계시의 두 원천인 성경과 성전의 증언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천사는 어떤 존재인가
 「가톨릭교회교리서」에 따르면 천사는 순수한 영적 피조물입니다. 사람은 영혼과 육신으로 이뤄진 존재입니다. 육신을 지닌 존재라는 것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며 나아가 죽음을 겪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천사는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이기는 하지만 순수한 영적 존재이기에 죽지 않습니다. 나아가 천사는 지성과 의지를 지닌 인격적 존재입니다. 따라서 우리와 인격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존재입니다. 또 천사는 "눈에 보이는 모든 피조물보다 훨씬 더 완전한 존재"입니다(330항).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천사에 대한 설명은 꽤 흥미롭습니다. 성인은 "'천사'는 본성이 아니라 직무를 가리킨다"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 본성은 무엇인가? 영(靈)이다. 그 직무는 무엇인가? 천사다. 존재로서는 영이고 활동으로는 천사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성인의 이 말을 풀이해서 "천사는 그 존재 전체가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며 전령이다"고 밝힙니다(329항). 이는 천사라는 말이 지닌 의미와도 상통합니다. 하늘의 사신 또는 하늘의 심부름꾼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 천사(天使)는 희랍어 앙겔로스(αγγελοs)에서 유래하는데 이는 사절(使節) 또는 사자(使者)라는 뜻을 닌 히브리어 말락(malak)을 번역한 것입니다.
 
 ◇성경에서 보는 천사의 활동
 천사는 죄악이 창궐한 소돔을 멸망시킬 때 의로운 사람 롯을 구하고(창세 19장), 외아들 이사악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치려고 칼을 빼든 아브라함의 손을 멈추게 하며(창세 22,11), 하느님 백성을 인도하고(탈출 23,20-23), 소명들을 알리고(판관 6,11-24), 예언자들을 돕습니다(1열왕 19,5).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 탄생을 알린 것도 천사 가브리엘이지요.
 특히 예수님은 탄생 때부터 하늘에 오르실 때까지 천사들의 경배와 봉사를 받으셨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아기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을 때 천사들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하고 노래합니다(루카 2,14).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실 때 시중을 들었고(마르 1,13), 겟세마니에서 번민에 싸여 기도하실 때 용기를 북돋아 드렸습니다(루카 22,43).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린 것도 천사들이었습니다(마르 16,5-7).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그분의 심판을 도와드리게 될 이들도 천사들입니다(마태 13,41; 루카 12,8-9).
 나아가 교회도 천사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사도행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감옥에 갇힌 사도들을 풀어주고(5,19-20; 12,6-11), 제자들의 복음 선포 활동을 도와주며 용기를 북돋워 줍니다(8,26-29; 27,23-25). 또 교회는 장례 때 "천사들이여, 이 교우를 천상 낙원으로 데려가시어…"하면서 천사들의 전구를 청합니다.
 
 ◇정리합시다
 정리하자면 천사는 순수한 영적 피조물이고, 눈에 보이는 다른 모든 피조물보다 더 완전한 존재로서 하느님의 사신, 전령 역할을 하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신, 전령 역할을 한다는 것은 결국 인류 구원을 위한 하느님 계획에 봉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천사들의 일과 관련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천사들은 창조 때부터 구원 역사의 흐름을 따라, 줄곧 이 구원을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알리고, 이 구원 계획의 실현을 위하여 봉사하고 있다"(332항).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교회상식 교리상식-111] 천사 이야기(2) "


천사도 종류가 있나요


대천사, 수호천사, 케루핌, 세라핌… 천사들을 나타내는 이름들입니다. 천사 이야기 두 번째로 이번 호에서는 이런 천사들에 대해 알아봅니다.
 
 ◇천사들의 품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열이 있다는 착상에서 천사들도 품계가 있다는 학설이 있어 왔습니다. 이른바 '구품천사론'인데, 천사를 세 단계 9등급으로 나눈 것입니다. 가장 높은 단계에는 치품(熾品) 천사인 세라핌과 지품(智品) 천사인 케루빔, 그리고 좌품(座品) 천사가 있습니다. 중간 단계에는 권품(權品) 천사와 능품(能品) 천사, 역품(力品) 천사가 있고, 가장 낮은 단계에는 주품(主品) 천사와 대천사, 천사가 있습니다. 초기 교회 인물인 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지타(Dionysius Areopagita)가 신플라톤 사상과 성경의 천사 이름들을 바탕으로 제창한 학설입니다.
 이 구품천사론은 신학적 학설이지 반드시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구품 품계에 따른 이 천사 이름들은 오늘날에도 미사 전례문 감사송에서나 '암브로시오의 사은찬미가'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 구품 천사들 가운데서 성경에 언급되는 대표적 천사는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세 대천사입니다. '누가 하느님 같으랴'라는 뜻의 미카엘은 다니엘서(10,13.21; 12,1)와 유다 서간(1,9), 요한 묵시록(12,7)에 나옵니다. '하느님의 사람ㆍ 영웅ㆍ힘'이란 뜻의 가브리엘은 다니엘서(8,16-17; 9,21)와 루카 복음서(1,19.26)에 나오지요.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탄생을 알린 천사입니다. 또 '하느님께서 고쳐 주셨다'는 뜻인 라파엘은 구약성경 토빗기에 나옵니다.
 한편 창세기(3,24)와 탈출기(25,18-20) 등에 나오는 커룹은 지품 천사 케루빔을, 이사야서(6,2.6)에 나오는 사랍은 치품 천사 세라핌을 가리킵니다.
 
 ◇수호천사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사람은 일생 동안, 생명의 시작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천사들의 보호와 전구로 도움을 받는다"면서 대 바실리오 성인의 말을 인용해 "모든 신자 곁에는 그들을 생명으로 인도하는 보호자이자 목자인 천사가 있다"고 가르칩니다(336항). 수호천사 존재를 언급하는 대목입니다.
 성경에는 천사가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돕거나 보호하는 천사에 대한 언급이 곳곳에 있습니다. 구약에서는 롯을 구하는 이야기(창세 19,10-14)를 비롯해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는 천사에 대한 이야기(탈출 23,20), "주님의 천사가 그분을 경외하는 이들 둘레에 진을 치고 그들을 구출해 낸다"는 시편(34,8) 내용이 그렇습니다.
 신약성경에서는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는 마태 18장 10절의 말씀이 특히 수호천사와 관련된 전형적 성경 대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성경 말씀과 교부들 가르침을 바탕으로 수호천사 교리가 형성되고 발전했습니다. 특히 16세기 이후에는 수호천사를 공경하는 기념일을 예수회를 중심으로 지내면서 수호천사 신심이 널리 확산됩니다. 그리하여 17세기 초에는 교회 전례력에도 수록되는데, 오늘날 10월 2일에 지내는 수호천사 기념일이 여기에서 유래합니다.
 
 ◇정리합니다
 수호천사를 비롯한 천사 이야기는 우주를 정복하고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우주 탄생 모습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21세기 첨단 과학시대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리기 쉽습니다. 더욱이 예전에는 천사의 도움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오늘날에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부분도 많습니다.
 따라서 성경에 나오는 천사 이야기를 글자 그대로 믿는 것은 또 다른 오류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천사 이야기를 무조건 전설과 신화의 이야기로만 치부해 버리는 것 역시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봅니다.
 교회가 천사의 존재를 신앙의 진리로 가르친다고 해서 성경과 성전을 통해 교회 안에 전해 내려오는 천사에 관한 내용들을 다 믿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구원 계획에 협력하는 영적 존재가 있음을, 우리를 도와 하느님께 인도해주는 하느님 사자가 존재함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천사의 존재를 이렇게 이해할 때 우리는 매사에서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하시는 하느님 손길을 감사로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천사를 통해서 말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Wolfgang Amodeus Mozart(1756-1791)  
Exsultate Jubilate K.165(14:54)
환호하라 기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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