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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이야기/- 나의 묵상

김수환 추기경님께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by 하늘 호수 2009. 2. 17.

 

 

 

주님!

김수환추기경님께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일찍 하늘나라에 들어가게 하시어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기쁨에 들게 하소서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 정호승 

 

서울에 푸짐하게 첫눈 내린 날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추기경 몰래 명동성당을 빠져나와
서울역 시계탑 아래에 눈사람 하나 세워놓고
노숙자들과 한바탕 눈싸움을 하다가
무료급식소에 들러 밥과 국을 퍼주다가
늙은 환경미화원과 같이 눈길을 쓸다가
부지런히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껌 파는 할머니의 껌통을 들고 서 있다가
전동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로 뛰어내린
한 젊은 여자를 껴안아주고 있다가
인사동 길바닥에 앉아 있는 아기부처님 곁에 앉아
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엄마의 시신을 몇 개월이나 안방에 둔
중학생 소년의 두려운 눈물을 닦아주다가
경기도 어느 모텔의 좌변기에 버려진
한 갓난아기를 건져내고 엉엉 울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부지런히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소주를 들이켜고
눈 위에 라면박스를 깔고 웅크린
노숙자들의 잠을 일일이 쓰다듬은 뒤
서울역 청동빛 돔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
비둘기처럼



 


 

 

 

 

김수환추기경님께서
2009년 2월 16일 오후 6시 12분에 선종하셨습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받아내셨던 분

가난한 이들의 벗이었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곁에 계셨고

고통받는 이들과 늘 함께 하셨던 분

큰 사람이시고 큰 사제이시고 살아계신 성자셨습니다.

 

"항상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사랑 받아 행복합니다."

란 말씀을 선종하시기 전날까지 하셨다고 합니다.

 

평소에 당신을 찾는 분들에게

"사랑하고 용서하라."

는 당부의 말씀을 남기시고...

 

늘 넉넉한 미소와 따듯한 사랑을 담으신 그 모습을 이제는 뵐 수가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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