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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기쁨이 모여 사는 마을

by 하늘 호수 2009. 5. 5.

 

 

 

 

기쁨이 모여 사는 마을

- 정채봉

 

 

기쁨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복권마을과 마찬가지로 이 마을에 계란만한 큰 기쁨은

몇 밖에 안 된다.

거의 전부는 이슬방울 같은 작은 기쁨들이다.

 

큰 기쁨이 인간마을로 나서는 일은 극히 드물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간마을로 나서는 것은 작은 기쁨들이다.

그러나 작은 기쁨들은

인간들이 잘 맞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쓸쓸히 돌아오곤 한다.

 

"사람들은 참 이상해. 큰 것만 좋아한단 말이야."

"누가 아니래. 작은 것도 여럿이 모이면 큰 것 못지않은데

그저 갖기 어려운 큰 기쁨만 원하고 있으니."

 

오늘도 작은 기쁨들은 조롱조롱 인간마을에 나와 앉아 있다.

조촐하나 정겨운 차 한 잔 곁에.

울타릿가 찔레꽃 향기 맡에.

서녘에 지펴지는 황홀한 노을과 함께.

그 삶의 별빛 같은 눈동자 속에.

살짝 터지는 그 사람의 미소 옆에.

 

오직 작은 것을 사랑하는 소녀만이 작은 기쁨들을 주워서

천 조각으로 조각보를 만들 듯 큰 행복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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