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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친구여! 가자 십자가의 길을 - 안병무

by 하늘 호수 2010. 3. 6.

 

 

 

 

친구여 ! 가자 십자가의 길을

-안병무

 

친구여 가자 하늘나라로 향해 가자

그 길이 좁으면 내 가진 것 버리고 가자

그래도 좁으면 알몸으로 가자

그래도 안되면 내 사지를 찢고서도 가자

 

사탄이 뱀처럼 혀를 채고

바리새의 화살이 빗발처럼 오고 무덤이 입 벌리고

가시밭이 돌짝 밭이 연달아 있고

발자국마다 피와 눈물이 고이는 길

빌라도의 사형대와 가야바의 독설이 피처럼 낭자한 길

그러나 피하지 말고 그대로 가자

 

가자 친구여! 고독한 이 길로 그대로 가자

이 길은 남이 걷지 않는 길

때로는 그림자와 나 밖에 없는 길

남편이 아내가 알아 주지 않는 길

피 받은 형제와 사랑하는 이 마저 따라주지 않는 길

가도가도 사막이어서 물 한모금 마실 수 없는 길

 

가다 쉬어 갈 로뎀나무 하나 없는 길

여우도 굴이 있고 새도 깃이 있으나

우리는 머리 둘 곳 하나 없는 겟세마니의 길

 

지나가는 행객의 조롱에 귀 기울이지 말며

바리새인의 침 뱉음에 탄하지 말고

뛰어내리라는 유혹에 마음 동하지 말고

그 길에 결코 우슬초를 마시지 말고

샛별같은 맑은 마음으로 고배를 마시자

 

가다가 가다가 다리가 아프면

상수리 나무 아래서 쉬어서 가자

목이 마르면 야곱의 샘에서 마시고 가자

가다가 날이 저물면 여호와의 장막에서 머물러 가자

가다가 가다가 심장이 터지면

목은 십자가에 깔리면서라도

눈은 그 나라로 향하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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