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콘
제가 대단히 기꺼운 마음으로 살레시오 삶을 걸어가겠다고 결심하였을 때,
다른 한편에서는 이 결심을 어떻게 어머니에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제가 10세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홀로 남겨지신 어머니께서는
정말 큰 희생으로 제가 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온갖 뒷바라지를 하셨습니다.
순전히 어머니의 큰 희생 덕분에 저는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의사가 되었으니 어머니를 도울 수 있게 되었고,
저를 위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신 어머니께 뭔가 보답을 드릴 만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수도자가 되겠다는 제 결심을 어머니에게 말씀드린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당신 저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마음을 굳게 먹고 시도를 해 봤으나,
어머니의 얼굴을 뵙는 순간 그 용기가 다 사라져 번번이 말씀을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또 어떤 것이든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누님 한 분에게도 여러 차례 시도를 했으나,
역시 그 누님에게도 말씀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마디도 말씀 드리지 못하고 3개월이 흘렀습니다.
매우 화창한 어느 날, 그 누님에게 갔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누님께서 전날 밤에 꿈을 꾸셨는데 그 꿈에서 제가 살레시오회 입회를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누님께서는 그 꿈 이야기를 빌려 어머니께 제 결심을 알려 드렸고,
이렇게 하여 제 곤란함은 일순간에 해결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저는 이것이 도움이신 마리아님의 손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였습니다.
훗날 수련을 받을 때,
"모든 살레시오 회원의 성소는 도움이신 마리아님과 연계되어 있다"는 수련장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제 성소에도 그분 섭리의 손길이 작용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마리아님께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마리아께서는 저의 어려운 상황을 알아채셨고
당신의 조용한 방식으로 저를 도와주신 것이지요.
이것이 저에게는 마리아님에 대한 첫 체험이 되겠습니다.
:
'카나의 혼인 잔치'구절에서 우리는 역시 마리아님이 도움을 주시는 전형적인 방식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도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마리아님은 혼주의 필요에 대해 깊은 주위를 기울이십니다.
다른 이들의 필요에 대한 이 사려 깊은 관심을 통해 마리아는 누구보다 먼저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아채십니다.
마리아께서는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준비가 철저하지 못한 것에 대해 비난을 하시지 않습니다.
단지 조용하지만 다른 이들의 필요에 민감한 현존을 통해 그들의 필요를 알아채십니다.
그리고 즉시 예수님에게 가셔서 당신 아드님의 도움을 청하십니다.
:
다른 사람이 도움을 청할 경우 그를 도와주는 것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도움을 청하기도 전에 그의 필요를 미리 알아채고 도움의 손길을 펼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런 자세가 살레시오 가족의 특성이라고 하겠습니다.
돈 보스코께서도 도움이신 마리아님의 모범을 따라 그렇게 하셨고,
이를 살레시오 가족에게 유산으로 남겨 주셨기 때문입니다.
- 이태석신부님의 강론 모음집 <당신의 이름은 사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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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콘 설명
가톨릭교회는 성화와 성상을 공경합니다.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가장 온전히 드러내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성모 마리아, 성 요셉, 성인 성녀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나 조각상을 보면서 그분들의 삶 속에 박힌 하느님의 거룩하신 모상을 관조하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육안으로 본 적도 볼 수도 없기 때문에 그림이나 형상으로 나타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되어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모든 인간 안에 담겨져 있는 하느님의 모상(The image of God: Gn 1,27)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그리고 성인 성녀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따름으로써 하느님의 모상을 드러낸 분들이기에 공경합니다.
성서가 글자로써 하느님의 말씀을 담은 거룩한 책이라면 성화는 하느님의 말씀이 나자렛 예수라는 인물의 삶과 고통, 죽음과 부활을 통해 드러난 면모를 그림으로 담은 거룩한 그림이고 성상은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서를 귀중히 여기듯이 가톨릭 교회는 성화와 성상도 귀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성화 중에서 특히 이콘(나무 판에 금칠을 하고 그 위에 그린 비잔틴 양식의 그림)은 그 시대의 어떤 사건을 기억시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고통, 죽음과 부활을 재조명합니다.
이콘의 예수를 보며 과거에 오셨던 분이고 현재도 우리와 함께 계시며 앞으로 다시 오실 그분을 관조하게 됩니다. 이콘은 이미 지난 과거에 남긴 사람을 기억하자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십자가를 통해 영광을 받으신 살아있는 그리고 우리를 위해 아버지께로 나아가는 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콘은 자연적인 면보다는 초자연적이고 상징적이며, 극적인 움직임 보다는 조용히 잠겨져 있는 하나의 의미 부여적인 '말씀'의 그림이며 '빛'의 그림입니다. 표현방법은 사실적이나 미술 규칙과는 무관하게 그려지며, 눈 주위는 자연의 빛이 아니라 하느님의 빛을 받아 들임을 표현합니다.
전해 오는 이콘은 엄격한 규칙에 따라 구성하여야 하고 정해진 색깔을 바꿀 수 없다 하여 (예: 성부는 분홍색 , 성자는 적색, 성령은 초록 옷 색깔로 표현 <아브라함을 방문한 세 천사 이콘 참조>) 이콘을 그리는 사람은 화가로서 볼 수 있는가 하면 화가의 범주에서 구별하여 하느님과의 만남을 중개하는 종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그림을 그린다 하기 보다는 그림을 쓴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리스식과 러시아식이 다른 느낌을 주는 것처럼 이러한 엄격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개성이나 취향이 절대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색감이나 명암이 작가에 의해 영향을 받고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시대가 요구하는 흐름으로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이콘은 동방교회에서 전례상 신학적 기능으로 높고 깊은 예술로서 귀하게 여깁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성화에 대한 논란 중 하나는 이콘의 위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이콘에 나오는 인물의 신학적, 논리적에 근거한 질서 때문이었습니다. 이콘이 다만 가르침이나 교육적인 것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성인 성녀를 함께 현존시킴으로서 공동체의 증인으로, 또 공동체의 삶을 권장하는 중요성을 지닙니다.
다른 한편으로 벽을 장식함으로서 전례에 나타나는 사실들, 즉 하늘과 땅 사이를 연결한다는 것을 표현하려 합니다. 천정(제대 위의)은 하늘을, 교회 안은 땅을 상징합니다. 하늘과 땅 신과 인간, 예절 안에서 특히 미사 중의 성사에서 성모 마리아와 각기 나름대로 특징 지워지는 성인들을 현존시킴으로 인간은 고립된 것도, 무시되어 있는 것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하느님의 보호 안에 들어가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그 안에 "pantokrator"(만물의 지배자)는 만물을 지배하시는 권위자로 군림하시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받아 들이시는 구세주로서 우리를 축복하는 모습인 것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이콘에 담긴 내용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지상에서 겪는 어려움에 영원한 도움으로 굳건히 계신 하느님의 어머니이심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그림의 숨은 뜻을 읽어 봅시다.
(1) 성화의 좌우 윗단에 있는 그리스어 머리글자 : 하느님의 어머니
(2) 성모님의 머리 위에 그려진 별 :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어 주시는 별임을 뜻한다.
(3) 오른쪽 천사 :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못을 들고 있는 가브리엘 천사
(4) 왼쪽 천사 : 창과 쓸개 담긴 그릇과 해면을 잡아 맨 막대기를 들고 있는 미카엘 대천사
오른 손은 은총의 전달자임을, 예수의 몸을 받쳐 들고 있는 왼 손은 위로자임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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