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시절 폭설이 내린 지리산을 오른 적이 있습니다.
어둠이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에 산행을 시작했는데 밤새 내린 눈으로 모든 길이 덮여 있었습니다.
산을 좋아해서 수없이 지리산을 올랐지만
20여 명의 일행을 앞장서 안내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겨울이라 앞서 가는 사람이 길을 잘못 들면 그 긴 대열이 길을 잃고 위험에 빠지게 될 수도 있었습니다.
맨 앞에서 눈에 덮인 산길을 더듬어 찾으면서 점점 더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그때, 온몸에 비닐을 두른 낯선 청년이 성큼 성큼 우리 대열을 앞질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한 번 짓더니 날듯이 보이지 않는 산길을 걸어갔습니다.
우리는 그가 남긴 발자국 덕분에 무사히 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청년은 우리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끌어 준 천사였습니다.
살면서 누구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때가 있습니다.
또 삶이 힘겨울 때 힘이 되어 주고 굴레에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특별히 삶에서 인생의 참된 가치를 가르쳐 주고 구원의 길을 걷게 해 준 사람을 만난다면
그것은 더없는 축복이 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도우실 때는 성화(聖畵)에서 보듯 '날개 달린 천사'를 보내시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을 빌립니다.
:
우리 삶에서 나의 천사가 되어 내 삶을 바꾸어 준 사람은 누구입니까?
한편 나는 누구의 천사가 되어 그 사람의 삶에 축복이 되고 있습니까?
피조물의 세계에서도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선물이 되어 주면
하늘의 영적인 존재처럼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 매일미사, 오늘의 묵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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