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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파격> 중에서...

by 하늘 호수 2011. 10. 18.

  




 

태풍은 머물지 않고 지나갈 뿐이다.

 

 

*

 

 

이 모든 것과 함께 주님을 찬미합니다.

이것이 저의 저녁기도입니다.

다이전은 당신을 믿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좋은 사람입니다.

당신을 믿지 않는 이들의 찬미도 받으소서.

단지 모르고 있을 뿐, 그들은 당신이 주신 선한 마음으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


 

"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험한 파도가 달려들어도 삼킬 수 없을 것입니다.

그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파도와 싸워 이길 힘이 그분에게는 있습니다."

 

저 믿음의 정체는 무엇인가.

김재연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이 믿음인 모양이다.

 


*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위험한 모험이었다.

그러나 무모한 모험으로 끝나지 않고 주교와 신부를 모셔왔다.

김대건 신부는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기쁨이나 자부심을 느끼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천주가 주도했고, 자신은 그저 명령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가능했던 것은, 인간이 아니라 천주가 하신 일이기 때문이다.

 

 

*


 

지금은 분명 밤이다.

그러나 밤이라고 어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밤은 새벽을 품고 있다.

나는 새벽을 맞으려 길을 계속 갈 것이다.

 

 

*


 

우리는 모두 길을 가고 있다.

한길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다른 길을 가는 것을 파격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파격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파격이 없다면 소수만을 위한 세상이 되어, 많은 사람이 고통스럽게 살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늘 파격을 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

 

 

옷이 몸에 맞지 않을 때 몸이 잘못되었다며 몸을 고치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까?

사람들이 그런 요구를 할 때 그것을 부정하고 옷을 뜯어고치는 것이 파격이지요.

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파격이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오직 한 가지 옷을 내놓고 모든 사람에게 입으라고 하면

옷이 몸에 맞지 않은 사람은 옷을 찢어 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몸에 맞는 옷을 찾아 입으려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파격이란 바른 세상을 향한 새로운 길을 터놓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는 천주를 위해서 어떻게 목숨을 걸 수 있는지 모르겠다네."

 

"천주를 믿는 사람들은 영적 체험을 합니다.

그 체험에 의해 천주님의 존재와 작용을 느끼고 그것이 힘이 되지요.

내 안에 있는 나 아닌 힘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깊은 감동과 믿음이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임금자 장편소설 <파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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