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늘
-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이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이 시는 구상 시인이 2004년 5월 타계하기 전 3년 전에 발표한 것이지만 투병 과정에서
‘영원이라는 것은 저승에 가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오늘을 살고 있다는 것이 곧 영원 속의 한 과정’이라며 유언처럼 남긴 시다.
가톨릭 신자인 시인이 평소 “내 사상을 가장 잘 담은 시”라고 했듯이
광활한 우주와 영원한 시간 가운데 인간존재의 신비를 오늘 바로 이 순간으로 치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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