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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몸 던지기 전에…

by 하늘 호수 2012. 1. 28.

 

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몸 던지기 전에…

이철환·에세이집 '연탄길' 작가

 

 

 

  
이철환·에세이집 '연탄길' 작가

 

 

 

 

 

 

 

 

 

 

 

 

 

 

 

 

지난가을 일이다.

 

숲속을 걷는데 까치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까치 두 마리가 호들갑스럽게 졸참나무 위를 날고 있었다. 

 

까치 날갯짓에 나뭇잎들이 떨어져 내렸다. 나뭇가지 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둥지를 빠져나온 아기까치 한 마리가 높은 나뭇가지 끝에 위태롭게 앉아 있었다.

 

겁먹은 아기까치는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었다.

 



비행연습이 아닐까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아니었다.

 

몸집이 제법 큰 새끼라서 어미까치는 입으로 물어 올릴 수도 없었다. 다리로 안아 올릴 수도 없었다.

 

잠시 후 요란스럽게 울며 근처에 있던 까치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어느새 열 마리도 넘는 어른까치들이 나뭇가지 사이를 오가며 분주히 날아다녔다.

 

 

 


까치들 날갯짓에 애꿎은 졸참나무 잎사귀들만 땅 위로 수북이 떨어져 내렸다.

 

어른까치들은 안절부절못했고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아기까치는 중심을 잡으려고 날개를 파닥거렸다.

 

아기까치의 중심은 무너질 듯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잠시 후 아기까치가 나무에서 떨어졌다. 날갯짓도 제대로 못하고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아기까치는 무사했다. 어른까치들이 나무 아래로 떨어뜨려 놓은 푹신한 나뭇잎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까치들이 아기까치를 구하기 위해 땅 위에 나뭇잎들을 수북이 떨어뜨려 놓았던 것일까.

 

적어도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요사이 십대 학생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들은 피해자가 되기에도 가해자가 되기에도 아직 어린 학생들이다.

 

위험에 처한 아기까치를 구하기 위해 어른까치들은 나뭇잎으로 안전장치를 만들어주었다.

 

세상 밖으로 몸을 던지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은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

 

 

- 조선일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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