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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십자가형은 형벌 아닌 죄악 - 문국진/법의학자

by 하늘 호수 2012. 3. 28.

 

 

그뢰네발트(MatthiasGrunewald 1460-1528)가 그린 이제하임 제단화의 '그리스도 책형'

 

독일의 르네상스 화가 마티아스 그뤼네발트가 그린 이젠하임 제단화1510~1515년만큼 충격적인 것은 없다  .어둡고 황량한 벌판을 배경으로 나무를 마구 잘라 만든 거친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는 가시관을 쓰고 고통에 못 이겨 뒤틀린 자세로 매달려 있다 몸은 이미 무겁게 늘어져 십자가의 양쪽이 휘어져 있으며, 입은 열려 있고, 못이 박힌 손가락은 갈라져 위로 향해 뻗치고 있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쓰러지는 마리아를 부축하는 애제자 요한과 심하게 몸이 휘어지면서 강렬한 슬픔을 나타내는 막달라 마리아가 기도하는 자세로 그려져 있다. 오른쪽에는 성배에 피를 흘리고 있는 양과 세례 요한이 있는데 그의 손가락은 그는 더 커지고 나는 더 작아진다는 라틴어로 쓴 글귀를 가리키고 있다

 

 

 

십자가형은 형벌 아닌 죄악

- 문국진. 법의학자 -

 

 

예수에게 집행된 십자가형은 범법자에 대한 형벌이라기 보다 교묘하게 꾸며진 살해라는 견해가 우세하며 또 십자가형 집행의 내용을 알게 되면 잔인무도하기 그지 없어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도 혹독한 살해 방법임에 치를 떨게 된다.

 

당시 로마 제국에서도 십자가형은 죄질이 무거운 범법자로 도망친 노예, 혁명지도자, 탈영병 등에 적용되었으며 시민에는 적용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십자가형의 방법은 특별히 정해진 것이 아니라 형 집행인에게 위임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집행인의 경험에 따라 그 방법에는 많은 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은 팔과 다리를 로프로 십자가에 묶어 고정하는 방법과 손을 횡목에 밀착시키고 손바닥에 굵은 못을 쳐 고정하는 방법이 있었다고 한다.

 

만테냐(AndreaMantegna1431-1506)가 그린 "책형"이라는 그림을 보면 중앙에 있는 예수의 양쪽에서 십자가형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은 손목과 팔이 십자가의 뒤에다 고정했으며 예수의 경우는 횡복의 앞에다 못으로 고정했다. 

 

또 손을 횡목에 고정하는데 있어서도 대부분의 그리스도 책형의 그림에는 손바닥에 못질을 한 것으로 그려졌는데 트리노에서 발견된 그리스도의 유해를 쌌던 시트의 손 부위에 해당되었던 부분을 면밀히 검사한 결과 손바닥보다는 손목관절에 못이 박혔던 것으로 해석됐고 또 의학적인 견지에서도 손바닥보다는 손목관절을 못으로 고정하는 것이 십자가에 몸을 지탱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 방법은 정해져 있는 것이 없고 전적으로 형집행인에게 맡겨졌던 것이기에 사람에 따라 많은 차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며 발에 못질하는 것도 어떤 그림에는 좌우 발에 각각 따로 못질한 것으로 표현된 것이 있는가 하면 좌우 발을 겹쳐서 못 하나로 고정한 것도 있다. 십자가의 세로목에는 엉덩이 높이에 항대를 만들어 상체가 지지되게 한 것과 발 부위에 족대를 만들어 전신이 지지되게 한 것이 있다.

 

독일의 화가 그뢰네발트(MatthiasGrunewald 1460-1528)가 그린 이제하임 제단화의 '그리스도 책형'은 손바닥을 못으로 고정하고 발에는 족대가 있고 발은 겹쳐 못질을 한 것으로 그려졌다. 가시 면류관을 쓴 예수가 고통을 이기다 못해 고개를 가슴 쪽으로 숙이고 있다. 가슴의 밑 부분이 잘록하게 파여 들어가고 흉벽에는 늑골 모양이 무늬를 이루고 있는 것은 호흡곤란이 오다 지쳐서 탈진상태에 들어간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못이 박힌 손바닥 부위를 보면 손가락은 부채 살처럼 퍼져있는데 이것은 손바닥에 못이 박힐 때의 아픔 때문에 손목과 손가락에 경련을 일으켰을 때 보는 모양이다. 발 부위는 두발이 겹쳐 못이 박혔으며 발가락의 인대들이 줄무늬처럼 일어선 것 역시 아픔 때문에 일어나는 발가락의 경련으로 보는 현상이며 못 박힌 두 발을 족대에 대지 못하고 공중에 뜬 것 역시 아픔과 경련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못으로 인한 상처에서 피만이 아니라 체액까지 흐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예수의 고통이 얼마나 참기 어려운 것이었는가를 여실히 표현해 준다.

 

 

      

 

 

사람의 몸이 장시간에 걸친 수직자세의 강요를 위해 설계된 것이 십자가형이다. 그렇게 때문에 몸의 하반신에는 체위성 혈관장애가 반드시 오게 돼있으며, 심장으로 혈액이 되돌아오기 위해서는 팔다리의 근육의 활동을 필요로 하는데 십자가에 매달린 상태에서는 팔다리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에 혈액의 순환장애가 와 사람은 허탈상태에 빠지게 된다.

 

항대나 족대 같은 받침대는 극히 한정된 범위 내에서의 팔다리의 근육을 조금씩이나마 움직일 수 있게 하여 실신하지 못하게 하지만, 결국 오히려 죽음과의 싸움을 연장시켜 고통을 오래 받게 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십자가에 매달린 자세에서 흉곽을 움직이기 위한 호흡근에는 최대한의 부담을 받게 됨으로 단시간 내에 마비가 야기되고 어깨의 호흡 보조근은 양 팔이 밑으로 늘어지기 때문에 완전히 움직일 수 없게 되며, 복부는 밑으로 땅겨지기 때문에 복식호흡은 불가능하게 되어 흉곽은 숨을 내쉬는 것과 들이 쉬는 것의 중간에 고정돼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양의 혈액이 고정된 사지에 체류되는 결과로 순환은 장애 되어 맥박은 빠른 속도로 증가되고 혈압은 저하된다. 피부는 창백해지고 식은 땀을 흘리며 동공은 산대되고 이명과 어지러움이 일어난다. 이러한 허탈상태가 지속되면서 서서히 쇼크에 빠지게 된다. 즉 호흡장애와 순환장애가 서로 상승적으로 작용해 쇼크에 빠지게 되며 결국은 이것으로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십자가형의 집행으로 죽음의 고통과의 사투는 2일 내지 3일 계속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예수의 경우는 6-9시간으로 기술되어 있다.(마르15,25.33.44). 예수의 경우는 십자가형에 처하기 전에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 인해 체력의 소모가 컸던 것이 상승적으로 작용해 죽음이 빨리 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형벌로서의 사형은 어디까지나 고통을 덜 당하고 사망하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며, 십자가형의 겨우는 일부러 극심한 고통을 주며 그것도 고통을 오랫동안 당하다 죽게끔 꾸며진 것이기 때문에 형벌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죄악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성거산 성지 회보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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