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원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미사 전 성당에서 묵주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수녀님께서 저에게 다가오셨어요.
그때까지 저는 주일미사나 겨우 참례하는 열심치 않은 신자여서 수녀님의 수도명도 몰랐습니다.
"형제님, 이 할머니를 화장실에 좀 모셔다 드리세요."
저는 얼떨결에 할머니늘 부축하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할머니는 걷는 것도 몹시 힘들어 보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할머니를 업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등이 뜨뜻해졌습니다.
할머니께서 참지 못하고 볼일을 보신 것이었습니다.
화장실에 도착해 큰 덩어리를 털어내고 씻었지만
할머니 옷에도 제 신사복에도 너무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나 집에 갈래."
저는 할머니를 다시 업고 성당을 나왔습니다.
성당 밖에 주차해 놓은 제 차로 갔습니다.
신문지를 깔아 조금이라도 덜 묻게 하려고 신경을 썼습니다.
하지만 차 안은 냄새로 그득했습니다.
묻고 또 물어 마침내 할머니가 사시는 다가구 주택에 도착했습니다.
할머니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지극히 부드럽고 편안한 얼굴이었습니다.
마치 "나 너에게 감춘 것 없다." 고 미소 지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마음이 편했습니다.
이미 묻을 것은 다 묻고 볼 것은 다 보았으니까요.
"할머니 살펴가세요."
집 앞에서 얼른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습니다.
혹시 자식들이나 동네사람들과 마주치면 계면쩍어 하실까봐서요.
며칠 후 수녀님께서 조그만 카드를 주셨습니다.
'형제님께서 하신 일은 주님께서 갚아주실 것입니다. 성 빈첸시오 축일에.'
'수녀님, 그분께서 이미 갚아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소원대로 그분을 만나 뵈었습니다.'
- 예수회후원회 발행<이냐시오 벗들>중에서 , 조기동 사도요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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