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0대 청년입니다. 저는 성격이 매우 내성적인 편이어서 성당에 나가게 된 것도 저 혼자 숨어서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세례를 받고 나니 신자분들이 단체활동을 하라고 권유해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특히 보좌신부님께서는 저에게 주일학교 교사를 하라고 하시는데, 저는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런지요. 아이들 앞에서 말도 못하고 실수할 것 같아 못하겠다고 하고 싶은데, 거절했다가 저를 교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실까봐 신경이 쓰입니다. 이런저런 마음의 갈등 때문에 차라리 성당에 나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너무 힘이 듭니다. 저 같은 사람이 또 없겠지요. 저는 어려서부터 우유부단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그런 제 성격이 싫은데도 고쳐지지가 않네요. 어떻게 해야 제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요?
A. 형제님처럼 대인관계를 불편해하는 분은 많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이 그럴지도 모르는데 형제님은 정도가 약간 더할 뿐이니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아주 어려워하는 성격이었는데, 사제생활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더군요. 형제님 문제는 크진 않지만 몇 가지 소소한 것들이 보이네요. 우선 실수하는 것에 대해 예민한가 봅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사람의 내면생활을 보면 실수의 연속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인생을 살아가면서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 자체가 약점이 많고 허물 많은 존재이기에 실수는 인생의 절대 요소란 것입니다. 또 실수는 성공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입니다. 어떤 사람이 처음 하는 일을 실수없이 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완전 강박증이지 현실적 생각이 아닙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수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유명한 프로 골퍼 최경주 선수가 벙커 안에서 멋있는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렸을 때 수많은 사람이 환호했습니다. 그리고 기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샷을 할 수 있었는가"하고 묻자 최 선수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골프채가 닳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한 결과"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최 선수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인생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온 힘을 다한 이들입니다. 실수를 받아들인 사람들이지요. 그러니 형제님도 실수할까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잠시 뒤로 접고, '실수하자'하는 마음으로 실수를 저질러 보시길 바랍니다. 또 형제님에게 필요한 것은 친구들입니다. 형제님이 실수하더라도 너그러이 봐주는 친구들. 사람은 '관계적 존재'라고 합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관계 안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사람에게 관계는 아주 중요합니다. 마치 물고기와 물 같은 관계라서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좋은 관계는 인연이라고 하고, 좋지 않은 관계는 악연이라고 하는 것인데, 형제님 경우는 그동안 악연들이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형제님 성격이 위축된 것은 형제님 의지가 아니라 형제님 주변의 힘 있는 사람들이 형제님을 무시하고 인정해주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아이들은 칭찬과 관심을 먹고 자라는데 비난당하고 눈총 받으면 심리적으로 열등감이 생겨 지나치게 타인에게 민감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됩니다. 따라서 형제님은 그런 악연들은 단호하게 끊어버리고, 새로운 좋은 인연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형제님을 지지해주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친구들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주일학교 교사는 참으로 좋은 자리입니다. 아이들과 순수한 만남을 가질 수 있고,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란 말을 들으면서 형제님의 상처입은 마음이 치유되리라 확신합니다. 또 보좌신부님이 형제님에게는 형님 같은 역할을 해주고 형제님을 챙겨줄 것이니 새로운 가족, 말 그대로 좋은 인연이 그냥 생기는 것이니 기꺼운 마음으로 보좌신부님 제안을 수락함이 좋으실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언하고 싶은 것은 자기주장 훈련입니다. 마음 안에 불편한 감정을 쌓아두고 스스로 자책하거나 죄책감을 만들지 마시고 형제님을 불편하게 만든 사람들 그림을 그리고, 거기다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붓는 시간을 꼭 가지길 바랍니다. 그런 훈련이 거절하고 싶을 때 상대방 눈치를 보지 않고 거절할 수 있게 해주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줄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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