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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일반/- 아! 어쩌나?

[아! 어쩌나?] (163) Q. 노인 아닌 노인인 남편 어찌해야 좋을지요?

by 하늘 호수 2012. 9. 16.

 
[아! 어쩌나?] (163) Q. 노인 아닌 노인인 남편 어찌해야 좋을지요?



  저의 남편은 직장에서 퇴직하고 지금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백수인 셈이지요. 그런데 아직 환갑도 안 된 나이에 벌써 노인 행세를 해서 골치를 썩이고 있습니다.

 밖에는 거의 나가지도 않고 저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해댑니다. 집에서 그러고 있는 게 보기 싫어서 성당에 나가 봉사활동이라도 하라고 했는데, 며칠 나가 보더니 "젊은 것들이 건방져서 같이 놀지 못하겠다"며 활동도 그만두고는 다시 집안에만 들어앉아 있습니다.

 제가 나중에 알아보니 남편이 젊은 사람들을 직장 부하처럼 다루는 바람에 왕따를 당해 나가기가 싫어진 것입니다. 다른 것이라도 해보라고 하면 "세상사 다 그게 그거다. 가 봐야 별볼일 없다. 해봐야 다 부질없다. 모든 게 다 헛거다"하면서 무슨 도사라도 되는 양 하는데 이제는 못 봐줄 지경입니다. 친구도 없는지, 퇴직한지 꽤 지났는데도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남편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옆에서 보는 제가 답답해 죽겠습니다.

 
 A. 가정문제라면 예전에는 주로 아이들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새로 대두하는 가정문제는 노년 초기에 접어든 분들, 직장에서 은퇴하고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남편들이 '노인 아닌 노인'으로 분류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사회적 문제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한창인 나이에 노인 아닌 노인 행세를 하는 분들은 우선 '노년기'에 대한 관점부터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노년기가 '죽음을 기다리는 시기' 혹은 '인생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 없는 시기'라는 패배주의적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모님의 노년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터키에 성지순례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곳에서 초기 가톨릭교회 터를 보셨을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노년을 보내신 곳, 그리고 요한 사도 무덤 등을 볼 때 주님께서 돌아가신 후 그곳에서 초기 공동체가 설립된 듯합니다.

 그곳에서 성모님의 노년기는 아들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거나 제자들에게 대접을 받으신 그런 삶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성모님께서는 오히려 스승을 잃고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제자들을 추스르는 지도자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모님을 '교회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처럼 성모님께서는 나이대접을 받으려 하지 않으시고, 반대로 노년기의 중요함을 온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따라서 노년을 '인생 최고의 지혜를 발휘하는 시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이를 생각하지 말고 무엇이든 배우는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무엇인가 배우십시오"하고 권하면 공자님을 운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공자께서 나이 마흔에 유혹에 흔들리지 아니하고(불혹), 나이 쉰에 하늘의 뜻을 안다(지천명)고 하셨으니 내 나이에 무엇을 더 배우느냐"고 하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공자께서 나이 쉰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으셨음을 모르는 반쪽자리 지식인들입니다.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1934~ )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무엇엔가 몰입한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무언가에 몰두한 사람, 자신의 일에 몰입해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보기에 아름다워 보이고 본인도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어떤 영성가가 인생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생이란 여행길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비록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하고 또 때로는 가다가 주저앉기도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가야 하는 것, 뒤로 갈 수 없는 것이 인생길이다. 그리고 쉼 없이 가는 인생길을 통해 우리는 지혜를 얻는다."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문제는 이런 생각을 견지하며 노년을 보내야 깨달음도 오는 것이지,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죽이며 사는 분들에게는 노년의 하루가 황무지에서 헤매는 날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생은 끝없는 여행길이라는 생각과 함께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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