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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일반/- 아! 어쩌나?

[아! 어쩌나?]165. Q. 죄의식 때문에 괴롭습니다

by 하늘 호수 2012. 9. 16.

 
[아! 어쩌나?]165. Q. 죄의식 때문에 괴롭습니다



Q. 죄의식 때문에 괴롭습니다

  세례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주부입니다. 제가 세례를 받은 후 남편은 아이들과 저를 주일마다 성당에 바래다주는데, 정작 본인은 성당에 한 발자국도 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 죄 짓는 경우가 많은지라 이런저런 일 다 끝내고 나이 먹어서 더는 죄지을 일이 없을 때 나가겠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신앙인이 된 이후로 가끔은 저 자신이 하는 언행에 대해 성찰하면서 죄의식을 갖곤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아 때로는 내가 너무 일찍 세례를 받았나 하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하곤 합니다. 이런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죄의식은 '협의의 죄의식'과 '광의의 죄의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협의의 죄의식이란 일반적 죄의식, 잘못했거나 죄를 지었을 때 느끼는 자책감을 말합니다. 이런 죄의식은 양심과 관련된 것으로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사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아주 필요한 것입니다.

 광의의 죄의식이란 자신의 한계, 자신이 신이 아니고 인간임을 그리고 하느님 피조물이라는 자의식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죄의식은 사회적 차원을 넘어 영성적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죄의식이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성인, 현자, 위인이라고 하면 집안 좋고 학벌 좋고 인생살이에서 고생 한 번 하지 않은 부잣집 자식 같은 사람들일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순수하고 거룩하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은 엉망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멸시하고 천대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생 한 번 하지 않아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기적인 경우가 많고, 반면 천방지축 문제아가 큰 인물이 되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우리 가톨릭교회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님이십니다.

 이분은 젊은 시절 방탕한 삶을 살아 어머니 모니카 성녀의 속을 상하게 한 것으로 유명한 분이신데, 회개하고 난 후에 열정적 신앙생활을 통해 주교가 되셨습니다. 그런데 이분을 따르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았다고 합니다. 어떤 죄를 고백해도 다 이해해줬기 때문입니다. 당신 자신이 죄를 많이 지었던 분이었기에 죄지은 사람들 마음을 잘 이해했던 것입니다.

 어떤 본당에 서슬이 퍼럴 정도로 엄격하게 사는 신부가 부임했습니다. 부임하고 보니 성당 기강이 엉망인지라 보좌신부를 비롯한 신자들을 모아놓고 엄격한 내규를 지킬 것을 엄명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시퍼렇게 날이 선 작두처럼 열심히 살아 '작두 신부'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기가 고해소에 있으면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데, 보좌신부가 고해성사를 주면 사람들이 줄을 이어 섰습니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 본당신부가 신자 한 사람을 붙잡고 물으니, "보좌신부에게 죄를 고백하면 '사는 게 다 죄지요'하면서 가볍게 보속을 주는데, 신부님께 고백하면 왠지 칼침을 맞을 것만 같아 다들 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완벽하고 완전하다는 개념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영성적 차원의 것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분들은 그럼 이제부터 죄를 짓고 살라는 말인가 하고 반문을 합니다. 당연히 그런 의미가 아니지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지 말고, 산전수전 인간사 우여곡절을 체험해보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이 잘난 사람이 아님과 허물 많은 존재, 죄를 안 짓고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경우도 그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도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단죄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넓은 의미의 죄의식입니다. 이러한 죄의식을 성공적으로 갖게 된 경우가 복음서에 나오는 둘째 아들, 소위 '방탕한 아들''돌아온 아들'이라 불리는 사람의 경우입니다.

 죄의식은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을 막아주고 이해하고 공감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게 해줍니다. 만약 죄의식 없이 스스로 자신이 완전하고 거룩한 사람이라는 자의식을 갖고 산다면 인간관계가 삭막해집니다. 왜냐면 그런 사람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시당하고 죄인 취급받는 것 같아 그를 떠나게 됩니다.

 인간의 손과 발은 기계와 달라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영성가는 극단적 표현으로 사람은 죄를 짓게끔 태어난 존재라고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매일 같은 죄를 짓고 사는 자신을 너무 나무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죄의식이 있다는 것은 자신이 내적 성장을 하려 노력하는 증거라고 생각함이 좋습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 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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