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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봄에만 꽃이 피는 게 아니다

by 하늘 호수 2014. 12. 28.

 

 

 

 

 

저와 영화를 같이한 류승룡 씨는 나이 마흔이 넘어서 배우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오랜 시간 난타의 공연배우로서 활동하였고, 난타를 그만두고 연극과 영화 일을 하면서도

영화 관계자들에겐 물론 대중들에게도 주목받는 배우로 위치하지 못했습니다.

어느새 그도 결혼하였고,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살아야 하는 어깨 무거운 가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현실은 별반 나아진 것이 없었고, 연기자로서의 미래도 암울하게 느껴졌습니다.

 

실의에 빠진 그는 대학(연극과) 은사님을 찾아가서

"이젠 연기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저만의 욕심인 것 같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하면서도 연기자의 꿈을 꾸는 것이 무책임하게 느껴져서

이제 그만 다른 일을 해볼까 합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그의 말을 곰곰이 듣던 은사님은 류승룡 씨가 연기를 그만두겠다는 말에 불같이 화를 내었습니다.

"야, 이놈아 모든 꽃이 봄에만 피는 줄 아니?

어떤 꽃은 여름에, 또 어떤 꽃은 가을에, 그리고 매화 같은 꽃은 그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니 않니?"

라고 말씀하시며 그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고 합니다.

 

이제 류승룡씨는 대한미국 영화계에 그 존재감이 어마어마한 배우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아마 그가 겨울에 핀 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저 역시 제가 올바로 살고 있는 건지,

정말 진심으로 주님을 가슴속에 영접하면서 그분의 뜻대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세례받고 성당에 다니고는 있지만, 무늬만 신앙인으로서 사는 건 아닌지,

그래서 더 고통스럽고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차라리 신자들을 욕보이지(?) 말고, 차라리 진심을 다해 내가 가슴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완벽하다고 느낄 때 신앙생활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럴 때마다 류승룡 씨 은사님의 말씀을 새깁니다.

어떤 형제는 좀 일찍 꽃이 피어 주님의 뜻대로 살아가기도 하고,

또 어떤 자매님들은 여름에 꽃을 피어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아가지만,

나는 아직 주님이 꽃을 피우는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셔서 그들처럼 살아가고 있지는 못하다고요.

그래도 매일매일 주님의 말씀과 그 뜻을 생각하면서 살면

언젠가는 꽃을 피워 주실 거라고 믿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만족스러운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걸 포기할 게 아니라,

항상 주님의 말씀을 새기면서 살아갈 때

아마 주님은 저에게 아무 의심도 없는 가장 예쁜 꽃을 피우게 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기도합니다.

그 꽃 언젠가 저에게도 꼭 피게 해달라고...

 

 

- 서울 주보, 원동연 제네시오 (리얼라이즈픽쳐스(주) 대표)의 글 -

 

Gregorian Chant

산토 도밍고 데 실로스 베네딕투스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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