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나뭇잎들이 하늘거리는 산중에 한옥으로 지어진 되재성당이 있다.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라는 성가가 자꾸만 흥얼거려진다. 되재성당은 두메꽃처럼 그렇게 골짜기에 있다. 성당 앞쪽은 기와를 얹은 높은 종탑이 세워져 있고, 오른쪽에는 예수성심상이 왼쪽으로는 성모자상이 보인다. 지난겨울에는 억새 사이로 성모자상을 보았는데, 봄에 보니 주변이 말끔히 정리되어 분홍빛 연산홍으로 둘러싸인 성모자가 환하게 웃고 계신다.


성당 뒤편 언덕에는 두 분의 프랑스 신부님 묘소가 있다. 머나먼 이국까지 오시어 어려운 역경 속에서 전 생애를 바쳐 신자들을 돌보시다가 삶을 마치신 신부님들께 감사드리며 그들의 영혼이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하였다.

성당은 제대 앞까지 내부가 두 칸으로 나뉘어 있다. 남녀가 유별하던 시절 남녀 신자가 따로 앉아 미사를 참례했다. 사료에 의하면 남자 출입문과 여자 출입문조차도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성당 밖을 둘러보다가 밭에서 일하고 계시는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밭일에 열중하고 계셨는지 생각지 못한 인기척에 놀라셨다. 나는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요즘도 되재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느냐고 여쭈어보았다. 코로나 사태 전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미사가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본당인 고산성당까지 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마을에는 총 34 가구가 사는데 대부분이 신자란다. 아주머니는 어릴 적 이곳으로 시집와 현재까지 살고 계시고 성당에 다닌 지는 47년 되셨다고 한다. 되재성당 역사의 증인이라고 할 만한 분이셨다. 예수님이 다 알고 계시다는 듯 예수성심상이 빙그레 웃으시는 듯하다.
한국 천주교회 박해가 시작되면서 전국 신자들의 피신처가 되었던 고산 지방에 본당이 설립된 것은 1891년이었다. 1893년 비애모 신부가 부임하였고 1894년 정월 되재에 정착하면서 성당을 착공하였다. 1895년 성당이 완공되는데, 서울 약현성당에 이은 한국 천주교회의 두 번째 성당이었다. 원래 모습은 제8대 조선교구장이었던 뮈텔주교의 일기와 사진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성당 건물은 한국 가옥의 전통 양식인 팔작 기와지붕의 목조건물로 400명을 수용할 수 있었으며, 한강 이남에서의 첫 성당 건물이었다. 1896년 11월 1일, 모든 성인의 대축일에 뮈텔 주교에 의해 축성식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50년 한국전쟁 때 성당 건물이 모두 불타 버렸고 그 자리에는 1954년에 공소 건물이 다시 세워졌다. 서양의 바실리카식 교회 건축양식을 한식 목구조로 바꿔서 받아들인 한옥 성당으로 새로운 문화가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최초의 한옥 성당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되재성당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성당 건물이며, 동시에 최초의 한옥 성당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2004년 7월 30일 전라북도 기념물 제119호로 지정되었다.

2023년 초겨울에 방문한 되재성당의 외경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앞마당에 있던 성모자상이 뒤쪽으로 옮겨져 있고 한옥 건물도 한 동 세워져 있다. 어떤 용도로 사용될 건물인지 다시 방문하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주소 : 전북 완주군 화산면 승치로 477
전화 : 063-261-6012(고산성당)
주변 가 볼 만한 곳 : 아원고택, 화심순두부 본점, 고산자연휴양림, 상관 편백숲

홍덕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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