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입었을 때
- 김영수
주님, 저는 왜 이웃으로부터 자주 상처를 입으며 고통스러워해야 합니까.
제가 입은 상처만큼만 이웃에 갚아준다면 어떻겠습니까.
그것이 안 된다면, 주님께서 저의 상처를 맡아주십시오.
주님은 앓는 사람들을 쉬이 고쳐주시는 분임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
주님, 저를 좀 새로운 곳으로 올려놓아 주십시오.
아직도 경쟁의 시끄런 바닥에서, 독점욕의 어둔 그늘에서, 질투의 음울한 구석에서
온갖 상처를 입으며 초라히 떨고 있는 저를 좀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 주십시오.
사랑이라는 빛의 사닥다리를 내려주시어,
제가 그것을 타고 오르면서 세상을 미소로써 느긋이 내려다볼 수 있게 하소서.
낮고 음습한 곳을 떠나 상쾌한 빛의 언덕으로 안전하게 오르게 하시어,
이웃이 그만 저를 놓쳐버리게 하소서.
주님, 제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소서.
제가 피를 흘릴 때 싸매 주시는 분, 아파 뒹굴 때 일으켜주시는 분,
억울해 울 때 눈물을 닦아주시는 분이 제게도 든든히 계심을 깨닫게 하소서.
그런 다음에는 제가 하느님을 따르다 얻는,
사랑과 정의를 펼치다 얻는 상처를 얻게 하소서.
그 새롭고도 성스런 상처를 통해 영원에 이르는 소망을 거뜬히 이루게 하소서.
아멘.
마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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