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일으키는 마음
회당장 야이로는 딸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체면불구하고 예수님께 매달립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애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딸은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맙니다.
사람들이 와서 말합니다.
"따님이 죽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스승님을 수고롭게 할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마르5,35)
딸이 죽었으니 이제는 더 이상 회당장으로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만한 일을
그만두라고 말리니 인간적 염원이 큰 시련을 맞습니다.
그러나 회당장은 이제 예수님을 인간적 소망에서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분,
생사를 주관하시는 분으로 확신하며 매달립니다.
인간의 상식을 넘어선 믿음이 죽었던 딸도 살리는 기적을 일으킵니다.
하혈증을 앓던 여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인은 열두 해 동안이나 가산을 다 탕진할 정도로 애를 써봤지만 허사였습니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예수님 소문을 들었던 여인은
마지막으로 예수님께 매달리기로 결심합니다.
여인은 온 힘을 다해 군중 속에 끼여 따라가다가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댑니다.
손을 대기만 해도 병이 나으리라고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물으시지요.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마르 5,30)
제자들이 대답합니다.
"보시다시피 군중이 스승님을 밀쳐대는데,
'누가 나에게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십니까?" (마르 5,31)
물밀듯이 밀려드는 군중들을 보면 제자들의 반문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간절한 믿음을 지니고 손을 댄 사람과 우연히 부딪힌 사람과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른 것입니다.
인간적 기대를 넘어선 하느님에 대한 확신은 육신 치유를 넘어 영혼 치유까지 받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 (마르5,34)
하혈증을 앓던 여인의 믿음과 예수님의 깊은 사랑이 통하는 순간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두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이야기를 결코 이해하지 못합니다.
믿음이란 이런 것입니다.
믿음이란 나의 능력과 인간적 경험, 그리고 주변 반응들을 다 떠나
오로지 확신으로 다가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믿음에는 어김없이 시련과 유혹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시련과 유혹을 이겨낼 때 믿음은 다른 차원으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 하느님을 알게 되고, 이 하느님 안에 머물고 싶어 합니다.
몇 시간씩 성체조배실에 앉아 기도를 드려도 지루한 줄 모릅니다.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 평화신문, 이기양신부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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