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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그런 시간이 있습니다 - 성바오로 수사님 편지

by 하늘 호수 2009. 10. 20.

안녕하셨어요?
추석명절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저는 수도원에서 형제들과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오늘의 편지는 제가 1년 가까이 품었던 바람이
지나간 자리를 보여드리려 해요.

저는 제가 몸담고 있는 수도원에 무언가를 청원을 했더랬습니다.
그러나 허락이 떨어지진 않고, 제 마음만 떨어지고 말았지요.
“다른 사람은 되는데, 나는 왜...?”
제 바램대로 되기를 바랬지만, 제 뜻과는 거리가 먼 소식을 만난 그 순간,
‘하느님은 우리의 선익을 위해서 일하신다’는 신념이
조금, 아주 조금 흔들렸습니다.

제가 품은 바람의 지향이 잘못된 것일까요?
제게 주어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제가 찾아가야 할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요?

바라보는 모든 풍경이 그림이 되고,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노래가 되는 그런 시간이면 좋으련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가오는 그 아름다운 순간은
아쉽게도 뜨거운 여름 날 한 줄기 바람처럼 드물게 다가옵니다.

도저히 그림이 될 수 없는 그런 풍경 속에서,
내 안의 소리와 밖의 소리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산란함이 내 영혼을 휘저어 놓을 때
주님을 올려다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십자가 상의 예수님을 바라보는 성모님처럼요.
저의 영혼을 참 평화로 데려가는
그 아름다운 시간은 그런 거칠음을 만난 후에야
맛 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지금 제 마음 속을 온통 채우고 있는 실망과 불안이
주님께서 저를 위해 마련한 그 시간으로 가기 위한 길목임을
제 마음이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느님께서는 늘 저를 감싸고 계심을
제 영혼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시간은 우리의 그것보다 길다는 것을 제 의지가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마음도 아름다운 시간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시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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