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될 열여섯 살 평범한 여자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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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에 아버지는 거액의 빚만 남기신 채 집을 떠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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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머니는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몸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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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잠에서 깬 저는 어머니 방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얘기를 듣고는
어머니가 위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 어머니는 입원하시고 저와 동생은 할머니와 살게 되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몇 달이 지나고 어느 날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말에 삼촌이 저와 동생을 어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데려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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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어머니를 본 그날 밤 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고작 초등학교 5학년인 저는 어머니 장례식의 상주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손님들을 맞는 내내 눈물 한 방울 없던 저는
삼촌과 함께 잠시 밖으로 나가 있는 동안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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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소녀가장이 되어버린 저는 ...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어린 제가 밥을 하고 동생을 보살피고 청소하고 빨래를 한다는 게
너무나 힘들고 또 속상했습니다.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을 보면 마냥 부러웠습니다.
어떤 날은 친구들에게 "너희는 내 맘을 모른다"라며 울면서 화를 낸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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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성당에서 기도하고 하느님의 위로를 받으며
저는 밝은 아이로 자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동작동 성당에서
중학교 3학년 대표와 중고등부 선교부장이라는 직책까지 맡았습니다.
물론 학교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정말 좋은 친구들과 친하게 지냅니다.
곧 중학교 2학년이 되는 남동생도 멋있게 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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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제게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바로 스튜어디스 입니다.
어머니, 아버지를 일찍 잃은 저는
일찍 철이 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외로움을 많이 탔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항상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또 어릴 적부터 빚과 어머니의 병으로 여태껏 한 번도 여행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멋진 승무원이 되어서 이곳저곳 하늘을 날아다니며 여행하고 싶습니다.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이 마음에 꼭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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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나누리'라는 제 이름처럼 받은 사랑을 언젠가 꼭 다시 나누어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저희 부모님께서도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나누어 주길 바라는 맘으로
제 이름을 그렇게 지으셨을 겁니다.
그 바람대로 저는 이 세상에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나누리, <경향잡지> 2010년 1월호 참조)
- 차동엽 신부의 '신나는' 복음묵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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