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글/- 좋은 글

기도하지 마세요. 그 아이는 이미 천국에 있잖아요

by 하늘 호수 2010. 11. 18.

 

 

 

 

 

우리 곁에서 25년을 같이 지내고 대학을 졸업하던 그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일본여행을 준비하던 중 소화가 안 된다며 늘 다니던 의원에 갔다가 우연히 위암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종합병원에서 너무 많이 진행된 상태고 젊은 아이라 힘들겠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10개월을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반복하며 우리 곁에 있다가 하늘나라로 떠나갔어요.

 

2008년 9월 22일 오후 8시 하느님의 귀한 선물인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 신동현 아오스딩이 하늘나라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 떠나간 날입니다.

 

2008년 병원에서 항암 치료 중 추석을 집에서 보내고 싶다고 해서 추석 연휴를 집에서 보내고 병원으로 돌아가 다시 입원해서 2-3일 지내며 이상하게 잠만 자는 것 같더니 어느 날 침대 위에서 저를 빤히 쳐다보며 제게 "엄마 미안해요. 고마워요. 이 은혜 다 어떻게 갚지? 이 다음에 우리 다시 만나면 내가 다 갚아 줄께요. 사랑해요."하며 머리 위로 손을 들어 하트를 그려주며.... 그렇게 마지막 인사말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나라로 떠났어요. 장미꽃잎 속에 누워서 꽃잎을 덮고 마치 아기가 깊은 잠을 자듯이 너무나 평온하고 예쁜 모습으로 떠나간 아이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하느님이 원망스러워서 울부짖으며 하느님 어떻게 이러실 수 있느냐고 하며 절규했어요.

 

우리 아오스딩은 착한 아이였고 아기 때부터 업기도 하고 걸리기도 하며 둘이 34번 성가를 부르며 매일미사에도 다녔고 주일학교도 빠지지 않고 다녔으며 제가 제의방 빨래를 해서 수녀님께 갖다드리라고 하는 심부름도 잘 했어요. 대학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해보고 싶었던 일이 주일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던 그런 아이였어요. "저희 부부가 나쁜짓을 하며 살지도 않았고 착하게 잘 살려고 노력하며 살았는데 왜 저희에게 이렇게 하십니까?"하며 매일 십자가에 계신 예수님을 보며 절규했어요. 이런 와중에도 매일 연미사를 드리러 울며 성당에 갔어요.

 

아이를 보내놓고도 이렇게 살고 있는 우리의 처지가 너무 기가 막혀 남편에게 우리 오늘밤 아이에게 가자며 붙들고 울며 보낸 수많은 밤들, 그러던 중 어느 날 거실에서 2008년 대림초 4개를 켜놓고 늘 기도 중 켜놓은 초3개에 불을 켜놓고 매일 드리던 기도를 드리다 문득 이렇게 기도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 있나. 아무리 하느님께 애원해도 우리 아오스딩은 돌아오지 않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하느님이 원망스럽고 이 세상이 살기 싫어져서 거실에서 기도 드리다 말고 방으로 들어 갔어요. 방안에 있는 아이사진을 보며 울면서 "엄마는 네가 보고 싶고 그리워서 지금 미칠 것 같아. 이렇게 사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하며 통곡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사진 속에서 말없이 그저 저를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엄마 지금 너한테 간다. 지금 갈 거야"하며 죽으려 했습니다. 그순간 "기도하지 마세요. 그 아이는 이미 천국에 있잖아요."라는 소리가 들렸어요. 정신이 번쩍 들어 주변을 보니 TV속 평화방송에서 차동엽 신부님 강의가 재방송되고 있었어요.

(전 그즈음 TV를 거의 평화방송에 채널을 맞춰 놓았었거든요. 제가 울며 몸부림 칠 때 옆에 놓여져 있던 리모콘을 우연히 눌렀나 봐요) 차 신부님은 방송에서 몇 해 전 강화도의 어느 자매님 댁을 방문하셨는데 그 자매님의 21살 어린 아들이 하늘 나라로 갔다고 너무 그리워서 울며 신부님께 말씀드리던 중 그 자매님을 위로하시며 하신 말씀이었어요.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차 신부님을 통해서 제가 제 손으로 저를 죽이지 못하도록 막으셨어요.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먼저 하다 중단한 기도를 다시 하려고 거실로 나가 보니 대림초가 벽과 장식장 사이에 붙어 있었는데 불이 붙어 한 덩어리로 활활 타고 있었어요. 깜짝 놀라 뜨거운 줄도 모르고 대림초를 반짝 들어 씽크대로 가져가 던져 불을 껐어요. 정말 조금 늦었으면 집에 불이 붙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어요. 아들에게도 고맙다고 울며 이야기했어요.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우리 아들 아오스딩이 이미 천국에 있다고 알려주셔서 제게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주셨어요. 전 그 말씀을 믿고 살아가고 있어요.

 

이렇게 저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신 하느님께 너무 감사 드리고 제가 우리 아오스딩과 함께 하느님께 속해 있는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에 깊이 감사 드려요. 우리 아들을 위해 본당에서 400여 일 연미사를 드리고 평생미사들 드리고 싶었는데 차 신부님께서 연미사를 매일 올려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아들 신동현 아오스딩과의 만남을 허락해 주시는 그날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 수원교구 양지성당 이명신(로사) 드림 -

 

 

 

 - (사)미션 3000 발행, 회보지 <일꾼들> 중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