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러시아의 전설은 다른 세 왕과 함께 길 떠났던 넷째 왕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에차르트 샤퍼가 이 전설을 대가다운 필치로 윤색했는데 내용인즉 이러하다.
:
이 넷째 왕은 왕자 아기께 드릴 선물로 빛나는 보석 세 개를 가지고 갔다.
그는 네 왕 가운데 가장 젊었고, 그래서 누구보다 더 깊은 그리움이 가슴속에 불타고 있었다.
도중에 그는 갑자기 한 아이의 흐느낌 소리를 들었다.
"발가벗은 아이가 다섯 상처에서 피 흘리며 대책 없이 먼지구덩이에 누워 있는 것이었다.
기이하게 낯선 모습의 그 아이는 너무도 연약하고 의지할 곳 없어 보여
그 젊은왕의 마음은 뜨거운 연민으로 가득찼다."
그는 아이를 안고 방금 떠나왔던 마을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고는 양어머니를 구해 귀한 보석들 중 한 개를 건네며 그 아이의 생명을 지켜달라고 부탁한 다음,
길을 재촉했다. 별이 갈 길을 일러주었다.
그 가엾은 아이 때문에 그는 세상 고난이 다 자기 것인 듯 느껴졌다.
한 고을을 지나는데, 이번에는 장례 행렬과 마주치게 되었다.
어느집의 아비가 죽어 남은 식솔들이 노예로 팔려가야 할 형편이었다.
그는 두번째 보석을 그들에게 주었다.
말을 몰아 가려는데, 별이 보이지 않았다.
행여 소명에 불성실했던 것은 아닌가 싶어 괴로워하는데, 홀연히 그 별이 다시 나타나 비추었다.
별의 인도를 받아 전쟁이 한창인 낯선 마을에 다다르니,
병사들이 고을 남자들을 죽이려고 한데 모으고 있었다.
그는 세번째 보석을 몸값으로 주고 그들을 구한다.
이 순간 별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거지꼴로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핍박받는 사람들을 도왔다.
어느 항구에서는 빚을 갚기 위해 식구들 앞에서 갈레선의 노예로 끌려가는 어느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 아버지 대신 오랜 세월을 노례로 일한다.
이제 그의 영혼에 사라졌던 별이 뜬다.
"그 내면의 빛은 이내 그를 넘치게 채웠고,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잔잔한 확신이 마음 가득 밀려 왔다."
동료 노예들과 선원들은 이 사람에게 어리는 신비한 빛을 감지했다.
자유의 몸이 된 그는 꿈속에서 다시 그 별을 보았고 음성을 들었다.
"서둘러라! 서둘러!" 한밤중에 일어나니 빛나는 별 하나가 그를 큰 도시의 성문으로 인도했다.
군중에 휩쓸려 도달한 곳은 세 개의 십자가가 서 있는 언덕이었다.
그의 별이 가운데 십자가 위에 빛나고 있었다.
"그때 십자가에 달린 사람의 시선이 그와 마주쳤다.
이 사람은 지상의 모든 슬픔과 고통을 다 체험했음에 틀림없다. 눈길이 그러하지 않은가.
그러나 무한한 자비와 사랑도 함께! 못에 뚫린 손은 고통스럽게 구부러져 있었다.
그런데 고문당한 그 손에서 돌연 한줄기 빛이 번쩍거렸다. 순간, 깨달음이 번개처럼 왕을 전율케 했다.
여기가 내 평생 순례해 온 그 목적지였구나.
이 사람이 바로 나를 그리움에 병들게 했던, 인간들의 왕, 세상의 구세주시구나.
이분이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을 통해 나를 만나셨구나."
왕은 십자가 아래 무릎을 꿇는다.
그때 그의 손바닥에는 보석보다 빛나는 핏방울 세 개가 떨어졌다.
에수께서 부르짖으며 돌아가실 때 왕도 따라 죽었다.
"죽으면서도 그의 얼굴은 주님을 향해 있었고, 별빛 같은 한줄기 빛이 그 얼굴에 서려 있었다."
이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감동스럽다.
아마 그대에게도 성탄의 신비에 대해 뭔가를 말해줄 것이다.
자주 그대는 빛나는 별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다.
그대 안이 어두운 까닭이다.
그대가 가는 길이 과연 올바른 길인지 의심스러운가?
그러나 그대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모습으로 삶에 임하고 그대 도상에 둘러선 사람들을 그렇게 대한다면,
또 그대에게 자비가 흘러넘친다면, 언젠가는 그대 안에도 별이 빛날 것이다.
그대가 사랑하고 그들의 그리움에 그대가 응답하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서 하늘 아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안셀름 그륀 <50가지 성탄 축제 이야기> 중에서, 분도출판사 -
'묵상 글 > - 묵상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 생전에 주의 사도 되소 (0) | 2011.01.25 |
---|---|
영혼의 나병 (0) | 2011.01.22 |
넷째 왕 아타반의 전설 (0) | 2011.01.21 |
사랑의 끈 (0) | 2011.01.19 |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 (0) | 2011.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