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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뻗은 계단

by 하늘 호수 2011. 6. 8.

 

 

 

 

 

 

능평 성당 본당신부 때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죽음을 봤다.

성당에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봉사 직분을 맡아온 사회복지분과장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살아 있을 때도 배추농사 지어 김장해서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고,

봄이면 뒷마당에 병아리를 키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닭백숙을 대접하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천사 같은 형제님이셨다.

성당 지을 때도 삽자루 잡고 묵묵히 힘들고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한 일꾼이었는데

성당 앞길에서 버스와 정면충돌하여 손써 볼 시간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밤 열 시에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남편의 시신을 수습하고

새벽 두 시에 초등학교 학년인 아들을 깨우러 집으로 향하는 아내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졌으리라.

아버지 죽음을 알지 못하는 아들이 잠에서 깨어나 슬픔에 빠져 있는 엄마에게 뜬금없이 꿈 이야기를 했다.

 

"엄마, 나 정말 신기한 꿈을 꾸었어.

아빠 손 잡고 온갖 꽃이 만발한 꽃밭을 거니는데 너무 좋았어.

꽃밭 끝에 다다르니 하늘로 뻗은 계단이 나 있었고 날개 달린 천사 두 분이 우리에게 빨리 올라오라고 손짓을 하는 거야.

나는 너무 신나서 빨리 올라가자고 했더니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가야 하는 길이야. 너는 나중에 올라와.' 하면서

아빠가 날개 달린 천사들이 있는 하늘로 계단을 올라가는 거야."

 

놀라운 신비다.

아빠는 꿈을 통해 아들에게 자신이 천국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 황창연 신부의 행복 강의 <사는 맛 사는 멋>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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