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톤즈에 와서 가장 마음 아픈 경험과 가장 아름다운 정경을
나병 환자 마을인 '초나마을'에서 겪었습니다.
사실 제가 이곳에 와서 살게 된 것은 그곳에 갔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로마에서 사제가 되기 위해 공부할 때인 1999년,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한창 전쟁 중인 이곳을 찾아왔을 때 많은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 부서진 건물, 수족이 없는 장애인들,
거리를 누비는 헐벗은 사람들을 보고 저는 충격이 너무 심해 멍하게 며칠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나병 환자 마을을 찾아가 그들을 만나고부터
뭔가 다들 차원의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삶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고 가장 버림받은 삶이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 그들을 위로하시면서 함께 계시는 예수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게 예수님은 슬픔의 늪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때 저는 예수님의 부족한 손과 발이 되어 그들과 함께 살고 싶은 강한 소명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때 톤즈에서 열흘을 지내고 로마로 돌아가면서
'서품을 받으면 이곳으로 와서 살리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 결심도 예수님께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계심을 느낀 가난한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고통 속에 있는 '나환자들의 삶' 때문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진심으로 그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하게 됩니다.
- 이태석신부님의 강론 모음집 <당신의 이름은 사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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