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정신없이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북한산 너머로 저녁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굴뚝에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아이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황홀한 고백처럼 들리던 그 시간,
홀로 남겨진 한 아이는 그렇게 지는 노을을 한참 바라보고 있어야 했습니다.
어머니를 일찍 여윈 탓이었지만 그 홀로됨이
"아름다움이란 단지 고운 것이나 예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아련함이고 아릿함"이라는 것을 알게 했습니다.
아름다움이 애절하고 아릿한 그리움의 색채를 띠고 다가오듯이
삶은 그 어떤 순간에도 아름다운 빛깔로 자리할 수 있음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대한 충실성을 담보하는 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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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달픔의 연속이고 힘겨움에 숨이 막히는 형국일지라도
아름다움이 아련한 그리움의 색채로 다가오는 것처럼 우리 자신의 고유한 색감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고유한 삶의 색감이야말로 그분을 마주할 때 보여줄 수 있는 우리 삶의 충실성이 될 테니 말입니다.
- 서울주보, 권철호 다니엘 신부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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