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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일반/- 궁금증 해소하기

영화 '피에타'의 '피에타'를 를 아시나요?

by 하늘 호수 2012. 10. 7.

 
영화 '피에타'의 '피에타'를 를 아시나요?

연약한 두 팔로 껴안은 슬픔의 무게는


  김기덕 감독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피에타(Pieta)라는 단어가 새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엄마를 자처하는 여인(조민수)이 남자 주인공(이정진)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촬영한 영화포스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이 구도는 매우 익숙하다. 그리스도교를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미켈란젤로(1475-1564)의 걸작 피에타상에서 차용한 구도다.


 

▲ 바티칸 성베드로대성전에 들어서면 순례객 시선을 사로잡는 미켈란젤로 부나로티의 '피에타'. 대리석, 높이 174㎝. 성모 마리아는 극도로 절제된 슬픔으로 구원에 대한 갈망을 더 한층 끌어 올린다.

 '연민' '자비'라는 뜻의 피에타는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를 무릎에 끌어안고 슬퍼하는 모습을 표현한 교회미술의 대표적 이미지다.

 바티칸 성베드로대성전에 들어서면 입구 오른편에서 순례객 시선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게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이다. 순례객들은 투명 방탄유리 너머 불빛 아래에서 아들의 주검을 끌어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에게서 인간적 슬픔과 비통함을 느낀다.

 #성모의 절제된 슬픔 압권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는 고통과 슬픔을 참아낼 수 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한참 벗어난 고통이나 슬픔은 인간을 돌로 만들어버린다. 마리아에게 예수는 구세주 이전에 매질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아들이다. 아들의 처참한 주검 앞에서 혀가 굳고, 손발이 굳어 몸이 석화(石化)되지 않을 어머니가 어디 있겠는가.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을 깎아 묘사한 마리아의 비통함이 그러하다. 그 위에 아들을 인류 구원의 희생제물로 바쳐야 하는 여인이 겪어야 할 숙명적 슬픔이 얹혀 있다.
▲ 1370년경 독일 라인강 중류지역에서 출토된 '뢰트겐 피에타'. 채색 목조, 높이 26.6㎝.


 만일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14세기 독일에서 발굴된 '뢰트겐 피에타'처럼 고통에 울부짖는 모습으로 묘사됐더라면 불후의 명작 목록에 올랐을지 의문이다. 뢰트겐 성모의 얼굴은 참을 수 없는 슬픔으로 일그러져 있다. 예수도 굶주려 앙상하게 뼈만 남고, 목은 뒤로 젖혀졌다. 인체의 이상적 비례와 균형을 추구한 미켈란젤로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다. 미켈란젤로의 성모는 눈물을 삼키고, 슬픔을 절제한 얼굴이기에 사람들을 더 깊은 슬픔과 연민으로 이끈다.

 피에타는 성경에 나타나는 장면이 아니지만, 그동안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불어넣어 줬다. 작가와 시대정신에 따라 표현양식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아들의 죽음에 슬퍼하는 어머니의 비애는 보편적 정서이기에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피에타의 문헌상 기원은 매우 오래됐다. 6세기에 십자가에서 죽어가는 아들을 지켜보는 성모의 고통을 묘사한 시가 지어졌다. 서방교회에서는 13세기부터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슬픔의 성모)'라는 기도문 내용이 음악과 도상(圖像)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두 팔로 인류의 모든 슬픔 끌어안아

 신경숙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도 성베드로대성전 피에타상 앞에서 끝을 맺는다.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 헤맨 지 9개월째인 화자 '너'(딸)는 엄마의 체취가 느껴지는 성모에게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너는 피에타상 앞에 장미묵주를 내려놓고 무릎을 꿇었다. … 숨을 거둔 아들의 겨드랑이를 감싸고 있는 성모의 손가락들이 길게 뻗어나와 너의 뺨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 아들의 팔과 다리가 어미의 무릎에서 평화롭게 늘어져 있었다. 아들은 죽어서도 위로받고 있었다. … 창세기 이래 인류의 모든 슬픔을 연약한 두 팔로 끌어안고 있는 여인상을 보고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는지도 … 눈물이 한 방울 너의 감은 눈 아래로 흘러내렸다."(280~282쪽)

 한편, 교황청이 발행하는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예술비평가 펠레그리니의 글을 실어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호평했다. 펠레그리니는 "갑자기 사라진(채무자들에게 납치된) 어머니로 인해 아들은 처음으로 고통을 느끼고 범죄 현장에서 자비를 갈구한다. 하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어머니의 비밀로 인해 '피에타'는 복수가 되기도 하고, 용서가 되기도 하며, 속죄가 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 평화신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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