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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이야기/- 일상에서

내 마음이 아픈 이유

by 하늘 호수 2013. 8. 19.

 

 

 

 

내 마음이 아픈 이유

 

내 마음이 이렇게 아픈 것은 2주 전 그 아이들을 만나고 온 후부터이다.

 

"그 녀석들, 참~"

"참~ 그 녀석들~~"

 

그 아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겨울 사회복지 실습을 하면서였다.

실습을 한 곳은 청소년들을 위한 생활동반시설로 쉼터라고 한다.

거의 두 달동안 그들과 함께 생활을 했다.

모두 건강하고 예쁜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다.

 

그들을 만나기 전에 나는

'지지배들, 엄마가 해 주시는 밥 먹고 얌전히 지내면 될 것을 왜 집은 나와서들 그러냐?' 라며

그들을 나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지내며 생각이 바뀌었다.

그 아이들이 어떻게 집을 나오지 않고 견딜 수가 있었을 것인가?

집을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한 청소년과 미술작업을 하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행복한 가정에 대해서 그려보자고 했는데, 행복한 가정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럼 나중에 결혼해서 꾸미고 싶은 가정을 그려보자고 했더니 결혼하지 않고 살겠단다.

그럼 오후에 함께 산책하기로 했으니 그 장면을 상상해서 그려보자고 했다.

물가에 나무도 그리고, 산책로도 그리고, 함께 산책할 사람들도 그렸다.

나중에 보니 사람 색칠이 빠져 있었다.

사람 색칠이 빠졌다고 했더니, 사람은 색칠하지 않는다고 했다.

색칠하면 그들의 본색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놀라운 이야기였다.

그동안 사람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쌓였으면 그런 생각을 가질까?

그 청소년은 열일곱 살이었다.

 

그들의 마음에는 깊고도 무수히 많은 상처가 나 있었고, 그로 인해 너무도 아픈 영혼을 소유하고 있었다.

쉼터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활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보았다.

내가 실습하고 있을 때 한 명이 성공적으로 자활해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나머지 아이들도 안정적이었고 그 분위기를 잘 따르며 나름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2주전 월요일 반년만에 쉼터에 갔었다.

그때 놀라운 이야기들,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들었다.

아이들이 몇달동안 사고를 친 이야기들이었다.

쉼터 관계자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집에 오니, 마음이 무척 아팠다.

어떻게든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월부터는 매주 봉사를 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왔다.

그 어린 영혼들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파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봉사를 요청하셔서 몇 번 다녀왔는데,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왔다.

여름캠프를 갔는데, 캠프에서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사고를 또 치고 왔다는 것이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들을 생각하며 기도를 하면 눈물이 난다.

미사 때마다 매번 그들을 위한 지향을 두게 된다.

 

아이들이 집을 나오고, 폭력적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은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어른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 나아가 사회의 책임이고, 국가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온유한 부모를 만났었더다면 ...

그들의 가정이 조금만 덜 가난했었더라면 ...

그래도 그렇게 되었을까?

 

그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 나름대로 노력은 하겠지만,

그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줄 수 없고, 상처난 영혼을 봉합해 줄 길이 없다.

아이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행복한 가정...

그것이 어떤 것인지 그 이미지를 어떻게 심어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느님께 기도할 수 밖에 없다.

 

주님께서 그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 주시고,

상처난 영혼을 어루만져 주시며 치유해 주시고,

그 곳에 머물면서 안정을 얻고, 편안함을 얻고, 자활에 대한 의지도 키우고 가꾸어

미래를 설계할 줄 알면 참 좋겠다.

 

청소년들과 소통하기 참 어렵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던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고, 깨지기 쉬운 질그릇 같고, 간섭받기 참 싫어한다.

그렇다고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개념도 아직 갖춰져 있지도 못하다.

안타깝지만 미래를 생각하며 살지 않는 것 같고

미래를 생각한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참을 줄 모른다.

어른들이 사랑을 주려해도 밀어내기만 한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28만명의 청소년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집에도 학교에도 쉼터에도 그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은 아이들로

어디에 있는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숫자라고 하였다.

 

한창 웃음이 많아 깔깔거리고, 가족과 정을 나누고, 미래를 위해 공부에 전념해야 할 때,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그들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우리 공동의 책임임이 분명하다.

 

지치고 아픈 영혼들 모두는 못한다하더라도, 단 몇 명만이라도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을 설계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면...

평온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는 정서를 심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봉사를 한다고 큰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나에게서 어머니의 정이 무엇인지, 어머니의 마음을 먼지만큼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너무나 쉬운 것 같으면서도 너무나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마음이 아픈 이 아이들을 어떻게 달래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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