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글/- 좋은 글

계명의 완성

by 하늘 호수 2014. 3. 18.

 

 

 

 

 

거룩함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윤리적 가르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웃에 대한 의무를 제외한, 하느님에 대한 경건함만을 이르는 거룩함은 위선이고 거짓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계시된 사랑의 계명이 무엇을 뜻하는지 온전히 깨달으려면

민족, 혈연, 친분에 사랑을 제한시키는 좁은 마음을 넓혀야 합니다.

이것이 계명의 완성입니다.

 

이 완성은 예수님에게서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에게 속한 사람만이 '이웃'이라는 닫힌 마음을 활짝 열고자 하십니다.

그래서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계명의 한계를 넘어서시며,

오히려 계명을 참되게 완성하십니다.

이러한 완성의 씨앗들은 사실 구약 성경 안에도 간직되어 있었습니다.

고아와 과부를 돌보고 떠돌이를 환대하라는 가르침은,

사랑의 계명은 결코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것으로 제한될 수 없음을 암시합니다.

자신과 다르고, '우리'라 부르기를 꺼리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생겨나는 자리에서

사랑의 계명은 완성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사상계에서 즐겨 쓰는 말로 하자면,

 '타자'를 받아들이는 곳에서 사랑의 계명이 온전한 의미를 찾습니다.

 

이러한 성경의 근본정신에서 폭력적이고 혼돈된 세계를 벗어날 길을 찾는 현대 사상은

다시금 희망의 빛을 찾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현대 철학에 깊은 영향을 끼친 프랑스의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입니다.

그는 '타인의 얼굴'을 대면하고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절대적 책임성에서 윤리의 근원을 발견합니다.

그의 이러한 철학에 영감을 준 것은 바로 성경이 말하는 사랑의 계명이기도 합니다.

 

회개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랑의 의무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입니다.

타인의 얼굴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 보고 책임감 있게 받아 안으려는 노력입니다.

자신의 안위와 자기만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사랑이 온전해지고 완전해지기를 갈망하며 끝끝내 멈추지 않는 발걸음입니다.

 

 

- 매일미사 오늘의 묵상 중에서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