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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희망 담은 커피 향 한반도 가득하길

by 하늘 호수 2023. 6. 27.

통일의 희망 담은 커피향 한반도 가득하길

 
카페 ‘오픈더문’ 사장 김태훈씨(가운데)가 북한이탈주민 청년 한진범(왼쪽)·김원일씨와 라떼 아트로 한반도를 그린 커피를 들고 서있다. 그 너머로 북녘 땅에 솟아오른 산이 보인다.
 

6·25 전쟁 막바지인 1953년 여름, 남북은 정전협정을 앞두고 강원 철원에서 땅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혈투를 벌였다. 그렇게 철원은 남북이 같은 이름으로 찢겨 분단된 지역이 됐다.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지금, 철원은 더는 분단의 아픔만 서린 장소가 아니다. 탈북 청년들이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며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도약의 공간이기도 하다. 10대 때 탈북한 김원일(미카엘, 29)ㆍ한진범(라파엘, 28)씨가 구슬땀을 흘리는 일터인 우리나라 최북단 카페 ‘오픈더문’ 얘기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25일)을 맞아 철원에서 ‘작은 통일’을 이뤄내고 있는 오픈더문을 찾았다.

주황색 컨테이너를 고쳐 만든 오픈더문은 북녘땅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소이산 인근에 있다. 주변이 전부 논과 군 초소라 ‘이런 곳에 웬 카페?’란 생각이 들지만, 이곳 카페 2층에서 보면 북녘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너른 철원 평야 너머로 비무장지대(DMZ)와 우뚝 솟은 북녘의 산들이 보이는 카페 앞 전경이 소이산 전망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카페를 연 이는 사장 김태훈(제랄드, 47)씨. 그가 철원에 카페를 연 이유도 ‘북한을 생생히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민간인 출입 통제선 밖에서 북한을 가까이 보고 느끼려면 이만한 곳이 없다”며 “카페 창문도 모두 북쪽을 향해 나 있다”고 했다. 북을 향해 남한에서 탈북 청년들이 희망을 쏘아 올린 카페의 취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탈북 청소년들의 ‘총각 엄마’로 불리는 사장 김씨는 2004년부터 홀로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을 돌봐온 든든한 보호자다. 남한 청년으로서 어렵사리 이 땅에 온 탈북 청소년들을 가족처럼 보살핀 주인공이다. 2006년엔 그룹홈(공동생활가정) ‘가족’을 열어 더 많은 탈북 청소년들을 품었고, 5년 전 카페를 차렸다. 남들이 먼발치서 다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때, 김씨는 형제애로 그들의 가족이 돼줬다.

그가 마련한 그룹홈에서 함께 생활했던 김원일ㆍ한진범씨는 이곳에서 바리스타로, 카페 직원으로 새 꿈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페를 알고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과 소통하면서 제2의 삶을 꽃피우고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커피와 파스타는 손님들과 마주하는 매개가 된다. 오픈더문의 취지에 공감해 멀리 전라남도에서도 새벽에 출발해 카페를 찾는 손님들을 만나면서 두 청년은 힘을 얻고 자립을 이뤄내고 있다.

오픈더문에 대해 뒤늦게 알게 된 철원군민들도 “북한 출신의 젊은 친구들이 우리 지역에서 이렇게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며 든든한 응원군이 돼주고 있다. 특히 철원군농민회를 중심으로 관심과 애정을 쏟으며 돕고 있다.
 

김씨는 2018년 오픈더문 개점 때부터 매년 설날과 추석 명절이면 카페에서 탈북 청년 16명이 참여하는 차례상도 차려주고 있다. 함께 탈북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청소년들의 부모를 위한 추모의 시간을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이전 실향민들이 ‘전쟁’이 낳은 이산가족이라면, 우리 아이들은 ‘분단’이 낳은 새로운 이산가족”이라며 “나중에 이들이 커서 정체성과 같은 근원적인 문제로 힘들어할까 봐 차례도 지내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영국에서 사회적 기업에 관해 공부하고, 오픈더문을 연 것도 2세대 이산가족인 지금의 탈북 청년들의 삶을 돕기 위해서였다. 카페명을 오픈더문으로 한 것 또한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달’과 같은 이상향을 꿈꾸는 곳이란 뜻을 담았다. 많은 탈북 청소년들이 김씨를 ‘삼촌’이라 부르면서 그의 헌신적인 보살핌 덕에 밝고 긍정적으로 성장했다. 그가 전한 용기에 힘입어 일반 학교에 다닌 이들도 꽤 된다. 초창기 함께 살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저마다 꿈을 향해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룹홈에서 지내는 동안 김씨를 따라 자연스럽게 주님의 자녀가 된 김원일ㆍ한진범씨는 이곳에서 일군 자립의 힘으로 통일된다면 남북한 사람들 모두에게 또 다른 희망을 전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김원일씨는 “카페 일에 열심히 임해서 요리를 정말 잘하며 제 능력을 넓혀 훗날 통일된 이 땅에서 또 다른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카페 운영과 함께 철원에서 밭농사를 짓는 한진범씨는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남한에서 빛나는 소출을 일궈나가는 게 꿈”이라고 전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오래전에 함께해요 카테고리에 소개했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가톨릭 평화신문에서 읽고 반가워서 옮겨봅니다.
총각아빠 김태훈 제랄드씨가 북한 이탈 청소년들을 잘 키워내고 자립할 수 있도록 사업을 하고 있네요.
반갑고 고맙고 참으로 장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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