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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이야기/- 일상에서

내 어머니에 대한 기억

by 하늘 호수 2007. 6. 3.
 

 

 

 
초등학교 일학년 여름방학 때
오빠와 나는 창평에 있는 고모댁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잘 놀고 잘 지내다가
어머니가 우리를 데리러 오실 때 쯤에는 몹시 아프기 시작했다.
어머니께서 오신 날 어머니가 내 다리를 쓸어주지 않으시면 잠이 들지 못하였다.
곧 병원으로 가게 되었고 수술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자꾸만 재발을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1학년 2학기는 학교를 못가고
2학년 2학기에 또 수술을 하고
3학년 2학기에 또 재발하였다.
그 때 나는 어머니를 보면서 "나 죽을거야"라고 흐느꼈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의 심정을 어떠했을까?
철없는 이 딸의 말이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았을 것이다.
그때는 정말 큰 수술이 되었고 수술실에서 나오지 못하는 딸을 보며
어머니는 얼마나 애간장이 탔으리....
 
우리 둘째 아들 돌쟁이였을 때 탈장 수술하느라
수술실앞에서 마취주사 맞고 스르르 잠드는 아들을 보며
우리 부부는 서로 눈물을 글썽거리며 마음 아파했는데...
 
그후 회복실로 옮겨지고 발끝에서부터 가슴까지 흰 석고로 기부스를 하고 몇달을 살았다.
그렇게 고생을 했지만 다행히 더 이상 그 병으로 수술할 일은 없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기부스를 풀고 학교에는 아직 나가지 못하고, 론 아직 걷지 못할 때 였다.
그 때 어머니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계셨다.
우리집은 좀 높은 곳에 있었고 다니시는 교회는 낮은 곳에 있었다.
새벽마다 어머니는 나를 들쳐업고 새벽기도를 다니기 시작하셨다.
얼마나 무거웠을까마는 무겁다는 말은 한 마디도 들어보지 못했다.
하느님과 어머니의 덕분으로 나는 살아서 4학년 1학기 중간에 학교에 들어가 공부하게 되었다.
우리아들 3학년 때 그때 일을 떠올리며 업어 보았다.
"오메나... 왜 이렇게 무거운겨????"
아들을 업고 멀리는 커녕 제자리에 서 있기도 힘들었다.
이렇게 무거운 나를 그렇게 먼길을 새벽마다 새벽기도를 다니신 내 어머니.
딸을 살리시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 하느님께 매달리며
그 무거운 등짐을 기꺼이 지고 가신 내 어머니.
생각만 해도 눈물나는 내 어머니.
 
그 후로도 나는 어머니의 기도를 많이 받고 자랐다.
중학교 배정받을 때도 철야기도...
고등학교 갈 때도 철야기도...
직장을 갈 때도 철야기도...
대학을 갈 때도 철야기도...
중간 중간 금식기도...
그 기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100일씩은 하신 것 같다.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내 길은 언제나 원하는대로 순탄대로였다.
그래서 나는 주님이 항상 나의 앞길을 준비하신다고 믿게 되었다.
 
이 생각도 난다...
중학교 때 였을 것이다. 추운 겨울 밤이었다.
어머니와 나는 버스를 타고 어느 기도회에 가게 되었다.
돌아오려 육교를 건너는데
육교위에서 시꺼먼 맨발을 드러내놓고 오돌오돌 떨고 있는 거지아이를 보게 되었다
나는 그 앞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얼마 전 내가 손수 털실로 짠 보라색 예쁜 목도리를 그 발에 돌돌 말아주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보면서도 말리시지 않으셨다.
 
이제는 모든 것이 기억속에만 있을 뿐.
어머니는 이제 여기 안 계신다.
이제 하늘로 돌아가셨으니
고단하게 사셨던 삶을 내려놓으시고
기쁨과 평화가 넘치고 아름다움과 편안함만 있는
그 곳, 주님의 품에 계시리라 믿는다.
 
사랑해요, 어머니 !
보고싶어요, 어머니 !
손 한번 잡아보고싶어요, 어머니 !
한번만 불러보았으면 좋겠어요. "엄마!"라고....
 
"엄~ 마~"
 
 

 

 

♬ 어머니 / 심진스님 ♬

    
모시치마 꺼내 입고 장 보러 간 어머니를
고개마루 바위턱에 맨발로 걸터앉아
개똥참외 먹고 싶어 한없이 기다렸지
어머니 보고 파서 그 자리에 다시 서니
솔새는 날아와서 내 꿈만 쪼아대고
구름은 흘러와서 내 몸만 태워가네
이제는 한 송이 꽃이 되신 내 어머니
이제는 보지 못할 아주 가신 내 어머니
솔새는 날아와서 내 꿈만 쪼아대고
구름은 흘러와서 내 몸만 태워가네
이제는 한 송이 꽃이 되신 내 어머니
이제는 보지 못할 아주 가신 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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