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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이야기/- 일상에서

졸업 후 처음 만난 대학 동창

by 하늘 호수 2007. 7. 11.

 

졸업 후 처음 만난 대학 동창 

 

 

 

  

                                                          Gabriel's Oboe


 

지난 주일 11시미사는 새 신부님이 드리는 첫 미사였다.

그런날은 항상 평소보다 더욱 붐벼왔기에 일찍 집을 나서서 거의 앞에 앉을 수 있었다.

그 날은 날이 날인지라 

우리 성당에 계셨던 많은 신부님들이 오셔서 함께 축하도 해 주시고 미사도 함께 집전하셨다.

입당음악에 맞춰 성당 뒤에서 장엄하게 신부님들이 입장하시는데

그 중 한분이 어디서 많이 뵌 분이었다.

 

맞다. 바로 그 분이었다.

대학 같은 과에서 4년을 함께 다니던 분,

머리는 희끗희끗해지고 머리카락은 점점 빠져가는 중년의 사제셨다.

졸업 후 사제가 되셨다는 말은 들었다.

그리고 내가 우리성당에 오기전 보좌신부님으로 계셨었다는 것을 성당홈피에서 보았다.

의정부교구로 발령나 들어 가신 것은 얼마전 평화신문에서 보았다.

우리성당에 계셨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우리성당에 한 번 방문하실 기회가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 되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그 분만 바라보고 있었다.

새사제님의 미사 중간에는 그 신부님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도 있었다.

그 옛날보다 살이 좀 찌시니 얼굴도 몸도 훨씬 보기 좋아졌고 중후함을 느끼게 해 주셨다.

거기에 목소리는 맑고 듣기 좋을 만큼 크고 또렷하셨다.

'오늘은 꼭 신부님을 만나고 가야할텐데...' 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미사가 끝나고 사제님들이 퇴장을 하시고

잠시 후 제의방을 나서시는 신부님을 보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ㅇㅇㅇ신부님 ! ! !"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고 신부님은 내 손을 덥석 잡으셨다.

 

"제가 누군지 아시겠는지요?

 그런데 반가워하시던 얼굴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변하셨다.

 

"저 ㅁㅁㅁ에요."

그래도 모르시겠다는 표정이셨다.

 

"대학동창..."

그제서야 알아보시는 신부님.

 

"살이 많이 빠졌네.

 못 알아보겠어.

 여기 살고 있었어? "

 

"신부님, 정말 반가워요.

 신부님 젊을 때보다 멋있어 지셨어요. 목소리도 좋으시구요."

 

"나이먹으니 머리도 벗겨지고...." 하신다.

 

반가운 마음과 허물없이 지냈던 옛날 습관으로 존댓말 반, 반말 반 정도의 말이 섞이고 있었다.

그 당시 예비역이셔서 나보다 나이는 많으셨지만 학생때는 반말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반말 비슷한 말들이 나오고 있었다.

요즘에 알게 되는 신부님들은 어렵게 생각되어 극 존칭을 쓰고 말을 잘 못하겠던데

ㅇㅇㅇ신부님은 옛날 알던 분이라 그런지 스스럼이 없었다.

사제관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여러 신부님들이 지나가시면서 나를 위아래로 훑어 보시는 것이 느껴졌다.

민망한 생각도 들고 그 분도 다음 스케줄이 있으시니 더 오래 이야기 할 수 도 없어

연락드리겠노라고 말씀드리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꼭 연락해. 전화는 ~  "

"교구로 전화 드릴께요."

"그래, 의정부교구야 "

"네, 알고 있어요."

 

의정부교구가 생기면서 의정부교구로 가신 분 중 우리성당 출신 신부님도 여러 분 계신다.

ㅇㅇㅇ신부님도 그 중의 한 분이시다.

그런데 지금 의정부 교구가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들었다.

몇달전에는 우리성당에 지원요청하신다고 몇분의 신부님들이 오시기도 하셨고

우리성당에서 2억이상 헌금이 되었던걸로 기억이 난다.

큰 도움은 못되어도 약간의 도움은 되었겠지...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역시 하느님의 사람이라서 인지 나이들면서 더 멋있어 지셨다.

머리가 벗겨져가도 더 멋있는 걸요 !! 신부님.

꼭 한 번 연락 드릴께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뵙고 싶네요. 한 번 뵈러 갈께요.

 

"반가웠어요.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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