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사러왔어요
"여보 우리 앤드류는 이제 죽은 거나 다름 없소.
수술비가 이 작은 집을 팔아도 모자라니 어쩌면 좋을까.. 아아아...
오직 기적만이 앤드류를 살릴수 있을 것 같소."
부모의 대화를 엿듣던 어린 여자아이는 자기가 끔찍이도 사랑하는 남동생을
기적만이 살릴수 있다는 아빠의 말을 되새기며 자기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깊숙한 곳에 숨겨 놓은 유리병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 유리병에 있는 동전을 방바닥에 다 쏟아 놓고 여자아이는 세고 또 세고 또 세었습니다.
그러더니 동전을 유리병에 다시 담은 후 옷깃속에 유리병을 감추고 살짝 집을 빠져나왔습니다.
여섯블록쯤 걷자 자그마한 약국이 나타났습니다.
그 아이는 조제실 앞 유리문에 서서 약사가 자기를 쳐다보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약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느라고 바빠서 그 아이를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그 아이는 동전 한닢을 유리병에서 꺼내 유리창을 두들겼습니다.
낮은 유리창 너머로 목을 내민 약사는 귀찮다는 어조로 대꾸 했습니다.
"넌 뭘 원하니? 나는 지금 오랜만에 만난 내 형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제 동생이 많이 아파요. 전 기적을 사러왔어요."
"뭐라고?" 약사가 다시 물었습니다.
"제 어린 남동생의 이름은 앤드류에요. 머리안에서 나쁜 것이 자라고 있대요.
아빠가 그러시는데 기적만이 제 동생을 살릴수가 있대요. 그런데 기적은 얼마인가요?"
"우리가게에서는 기적을 팔지 않는단다. 안됐다만 나는 너를 도울수가 없겠구나."
약사는 약간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대답을 했습니다.
"아저씨, 전 기적값을 갖고 왔어요. 만일 모자라면 더 가져올께요. 기적의 값이 얼마에요?"
그 여자아이는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그때 옆에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신사가 그 아이에게 다가왔습니다.
바로 약사의 형이었습니다.
"얘야, 네 남동생은 어떤 기적을 필요로 하지?"
"저도 모르겠어요. 제 어린 남동생은 머리가 많이 아파요.
수술을 해야 하는 데 수술비가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 돈을 쓰려고 해요"
"너는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는대?"
그 아이는 들릴락말락 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1달러 11센트요...,그렇지만 모자라면 더 가져올게요."
"이것 참 우연의 일치구나. 네 동생을 위한 기적값이 바로 그 돈이랑 꼭 맞아 떨어졌구나."
그 신사는 한손에 그 아이의 동전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아이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습니다.
"나를 너의 집까지 데려다주겠니? 내가 네 어린 남동생과 가족을 만나보고 싶구나.
아마도 네가 원하는 기적을 내가 줄 수가 있을 것 같다."
정장을 한 그 신사는 다름아닌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던 뇌수술 전문의,
칼 암스트롱 박사였습니다. 시카고에서부터 동생을 보러왔던 그는
앤드류의 병이 자기 전공분야인 것을 알았고
그 가족을 위해 기꺼이 자기 재능을 발휘하였습니다.
그 후 수술은 성공적으로 시행되었으며 수술비는 무료였습니다.
물론 가장 기뻐한 건 앤드류의 부모였지요.
"아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건 정말 기적입니다.
우리가 도대체 얼마나 비싼 수술비를 면제받은 것인지...."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여자아이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기적이 얼마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기적의 값은 정확히 1달러 11센트였지요.
거기에는 물론 그 여자아이의 사랑과 믿음이 가산되었구요.
★ 조그만 책자 [낮은 울타리]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