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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이야기/- 일상에서

훈련병 소식...

by 하늘 호수 2008. 8. 11.

 

입대한지 꼭 일주일만에...

 

큰아들 입대시켜놓고는 매일 육군훈련소 홈피에서 삽니다.

하루에도 몇십번씩... 틈만나면 들어가 봅니다.

뭔가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아무리 들어가 보아도 변화는 없고...

오~~ 이 답답함이여 ~~~

 

입대한지 꼭 일주일만에 소대별로 씩은 사진이 홈피에 올라왔습니다.

26연대라는 것만 알지 더이상의 소속을 몰랐기에

그날 26연대에 속하는 12개중대, 중대별 5소대의 사진을 모조리 찾아보았습니다.(12 곱하기 5 = 60 )

아들의 얼굴이 얼른 보였으면 좋겠는데, 한 번을 다 보았는데도 못찾았지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드디어... 찾고 보니 안경쓰고 입대했던 아들이 안경을 벗고 찍어서 그냥 지나쳤나봅니다.

아들을 알아본 순간~~~

아들 찾느라 벌개진 눈과 땀방울은 다 잊어버리고, 반가움에 환호소리가 ...

웃음이 베시시 났습니다.  너무나 씩씩한 모습으로 찍혔기 때문이지요.

드디어 아들 입대시킨 엄마의 입에서 처음 나오는 웃음이었습니다.

 

창훈아~ 정말 너 다운 모습으로 찍혔구나.

그럴 줄 알았다. 정말 그렇게 씩씩할 줄 알았다... 

 

그래도 사진을 보니 살 것 같았습니다.

사진을 확대해서 여기저기 붙여놓고, 컴 바탕화면에 깔아놓고 매일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소속을 알았기에 매일 인터넷으로 편지를 씁니다.

금방 전달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전달된다는 믿음으로,

매일 편지라도 받아보며 피로를 잊어보라고 매일 쓰고 있습니다.

 

 

울아들 엄청 씩씩합니다.

한 번 보실래요?

 

 

 

 

 

 

 

 

 

입소한지 꼭 열흘째 되는날...

 

그날은 아침부터 옷이 올것같은 예감이 진하게 왔습니다.

아침부터 샤워하고 집안청소를 했습니다. 욕실까지 깨끗하게...

그렇게 정갈한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띵동~"...    "장정소포왔습니다." ...

대문을 열고 나가니, 우체부 아저씨는 내 눈을 살피며 소포를 건네 줍니다.

이미 핑그르 눈물방울이 맺힌 눈으로, 애써 그 시선을 피하며 소포를 받아들고 문을 닫습니다.

거실에 할머니가 계시니... 현관에서 소포를 안고 먼산을 보며 한참을 울었지요.

내 아들이 온 것 같기도 하고, 너무나 서운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한참 후에 눈물을 수습하고, 소포는 식탁위에 놓고는 뜯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뜯어보았습니다.

운동화와 청바지, 웃옷, 양말, 팬티... 그리고 한 통의 편지...

 

편지가 한 통 들어있었습니다. 

잘 적응하고 있다고... 벌써 다 적응해 버린 것 같다고...

입대한 바로 다음날이었는데... ㅎㅎ

 

"점심에 우유도 나왔더군요. 시원한 우유 한 모금을 마시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습니다."

본인은 무심코 한 말이겠지만, 이 한마디는 엄마의 마음에 아픔을 주고 눈물을 줍니다.

"그래... 아들아~~ 얼마나 더웠니? "

 

 

 

 

 

다음날 아침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훈련소에서 알리는 글과 함께 동봉된 아들의 편지...

아직도 본격적인 훈련을 받기 전에 쓴 글...

 

주변에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는 것, 밤에 야간에 당번을 서야한다는 것...

너무 잘 먹고 운동을 못하니 살만 쪄서 빨리 훈련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

사격훈련 잘 받아서 전화하겠노라고...

 

그리고...

군대오기전에 라면을 실컷 먹어두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는 말...

 

그날 편지에 썼습니다.

창훈이 집에 오면 엄마가 제일 먼저 무파마에 계란 넣어 맛있게 끓여 줄께...

엄마의 무파마 끓이는 솜씨 알지?

 

그리고는

저만 매일 편지를 쓰고 더이상의 편지나 답장은 없습니다.

 

분명 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보다도 훌륭한 훈련병일거라고 생각하지만

매일 관심의 대상은 날씨입니다.

찌는 듯한 더위, 불볕 더위에 얼마나 힘이들까 ...

잠시만 움직여도 땀이 주르르 흐르는데, 뙤약볕에서 훈련을 받으려면 ...

그야말로 인간 한계의 순간까지 느끼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아들아~

잘 참고 훈련 받아.

피할 수 없는 것은 즐기랬는데, 즐길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순간 순간 고된 훈련을 잘 넘기길 바라고 늘 기도할께...

사랑하는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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