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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그분은 - 정호승

by 하늘 호수 2009. 1. 20.

 

 

 

그분은

         - 정호승

 

 

그분은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분은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 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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