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나는 10여년 전부터 우측 눈의 녹내장을 몇 년간 치료했으나 끝내 실명하고 말았다.
이 후 한 눈으로만 사물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계단을 내려갈 때는 초점이 맞지 않아 자주 넘어지곤 했다.
그 때문에 나는 지금도 계단이나 언덕을 내려가려면 각별히 조심 또 조심하며 걷고 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다른 쪽 눈도 슬금슬금 나빠져 사물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측 눈이 녹내장을 앓았을 때 나타난 증상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문이나 책을 펼치면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돋보기를 들어도 글자가 희미하게 보일까 말까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 크지 않다.
우리 내외가 잘 아는 한 친구가 몇 년 전에 안질로 두 눈을 완전히 잃어
그 부인이 고생한다는 이갸기를 들었다.
내 한 쪽 눈 역시 안 보인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주었을 때
아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이 나의 이야기만 듣고 있을 뿐이었다.
남은 한쪽 눈까지 실명하게 되면 나의 여생이 너무 슬프고 분할 것 같아
한때는 도저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런데 눈이 완전히 실명하기 전에 하느님 말씀을 다시 음미하려고
여러 종류의 성경책 중에 가장 글씨가 큰 것을 택하여 창세기 구약성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서를 읽는 것이 힘들었지만 인내하며 읽다보니 글을 읽는 데 점차 익숙해져 갔다.
나중에는 돋보기 없이도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신약성서부터는 작은 글씨로 인쇄된 주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에 너무 신이 나서 매일 아침 성서를 읽는 일에
큰 취미를 갖게 되었다.
이제 나는 두 권의 성서를 읽고 세 번째 또 다른 성서를 정독하고 있는 중이다.
- 한은소식, 이정익 님 글 중에서-
'묵상 글 > - 묵상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0) | 2009.09.25 |
---|---|
달라지지 말게 (0) | 2009.09.23 |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너와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었다 (0) | 2009.09.20 |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훌륭하고 놀라운 단어 '성체축성' (0) | 2009.09.19 |
치유보다는 용서 (0) | 2009.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