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당으로 불러간 이들은 낯모르는 할머니, 아주머니들이었다.
대학시절부터 빠져 있던 실존주의 철학으로 인해 오만했던
나의 태도가 무너진 것도 그분들 때문이었다.
사회과학 서적 몇 권을 읽고 시대와 민족에 대해 고민합네 하고
목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고쳐준 분들이었다.
이웃을 위한 문학, 민중의 고통과 함께하는 시를 써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나는 내 이웃의 어려움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자세로 시를 썼던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 분들이었다.
낯 모르는 이웃의 병상에 찾아와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철학과 내 과학과 내 문학은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일면식도 없는 이웃 아낙을 찾아와 병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해달라고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고통받는 내 이웃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아파하는 모습으로 문학을 해왔던가 하는 반성을 했다.
누구에게고 어디서고 무릎을 꿇을수 없다 생각해왔던 것은
얼마나 오만한 자세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하고 불완전하고 부조리한 내 자신을 인정하고
유한하고 나약하고 어리석은 것이 나 같은 인간이라고 인정하게 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게 되었다.
그리고 많이 울었고 많이 뉘우쳤다.
뉘우치고 눈물 흘린 만큼 마음이 맑아졌고, 깨끗한 시와 만날 수 있었다.
(도종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참조 )
- 차동엽신부의 '신나는' 복음묵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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