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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나를 성당으로 불러간 이들은 ...

by 하늘 호수 2009. 12. 14.

 

 

  

 

나를 성당으로 불러간 이들은 낯모르는 할머니, 아주머니들이었다.

대학시절부터 빠져 있던 실존주의 철학으로 인해 오만했던

나의 태도가 무너진 것도 그분들 때문이었다.

사회과학 서적 몇 권을 읽고 시대와 민족에 대해 고민합네 하고

목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고쳐준 분들이었다.

이웃을 위한 문학, 민중의 고통과 함께하는 시를 써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나는 내 이웃의 어려움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자세로 시를 썼던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 분들이었다.

 

낯 모르는 이웃의 병상에 찾아와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철학과 내 과학과 내 문학은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일면식도 없는 이웃 아낙을 찾아와 병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해달라고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고통받는 내 이웃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아파하는 모습으로 문학을 해왔던가 하는 반성을 했다.

누구에게고 어디서고 무릎을 꿇을수 없다 생각해왔던 것은

얼마나 오만한 자세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하고 불완전하고 부조리한 내 자신을 인정하고

유한하고 나약하고 어리석은 것이 나 같은 인간이라고 인정하게 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게 되었다.

그리고 많이 울었고 많이 뉘우쳤다.

뉘우치고 눈물 흘린 만큼 마음이 맑아졌고, 깨끗한 시와 만날 수 있었다.

 

(도종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참조 )

 

 

- 차동엽신부의 '신나는' 복음묵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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