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스페인에 내란이 일어났을 때였습니다.
수도 마드리드에는 '마사데캄'이라는 사형장이 있었는데
주로 내란에 관련된 사람들을 처형시키는 곳으로 악명을 떨쳤습니다.
어느 날 한 무리의 군인들이 늙은 신부 한 명을 사형장에 데려왔습니다.
신부의 죄목은 '내란 군을 보호해 주고 도와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재판을 거쳐 사형이 확정된 신부는 바로 그 날 총살에 처해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신부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많은 사람들이 처형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신부의 얼굴은 의아하게도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그 담담하게 보이는 신부의 얼굴에 화가 난 군인들이 무례하고 난폭하게 신부를 대하며
사형대에 묶으려 했습니다.
그러자 신부가 이들을 저지하며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죽기전에 마지막 소원이 있소. 제발 소원을 말하게 해 주시오."
신부의 간절한 청에 지휘관이 마지막 유언을 하도록 허락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전부입니다.
이것을 팔아 내란으로 부모를 잃고 갈 데 없는 고아들을 돌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신부는 시계를 풀어 군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러곤 다시 사형대에 눈을 가린 채 묶였습니다.
"사격 준비!"
지휘관이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휘관의 '발사'소리를 한참 기다린 군인들이 뒤돌아서서 지휘관을 쳐다보았습니다.
지휘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신부에게 걸어갔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신부님 같이 훌륭한 분을 죽이는 것은 이 나라의 손해입니다.
저에게는 아무런 재량권이 없으나 신부님을 죽게 할 수는 없습니다."
지휘관은 묵묵히 신부의 눈과 손을 풀어준 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월간 <좋은생각>, 1994년 5월호 참조)
***
주님, 오늘 저를 스쳐가는 수많은 사랑의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소서.
주님, 오늘 만나는 사람의 얼굴을 다시금 바라보게 하소서.
그의 고민, 그의 슬픔, 그의 고통을 제 마음에 느끼게 하소서.
그리고 제가 나눌 수 있는 위로를 그에게 베풀게 하소서.
주님, 저로 하여금 위대한 사랑을 꿈꾸는 이가 되는 대신
작고 쩨쩨한 사랑을 실천하는 이가 되게 하소서.
주님, 주님의 '제자'라 불리는 것이 제 소원이 되게 하소서.
아멘!
- 차동엽 신부의 '신나는' 복음묵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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