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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이야기/- 일상에서

[스크랩] 제주 올레 3코스 둘

by 하늘 호수 2010. 10. 27.

 

 제주 올레 3코스 (둘)

-신풍리에서 당케포구까지-

 

  

무지무지 비가 온 뒤

하늘은 근심을 덜어낸 얼굴이다.

맑게 푸르게 환한 웃음을 짓는다.

아직 덤성덤성 남아 있는 걱정 덩어리,

우리들 삶에서 걱정 덩어리가 완전히 비워지지 않는 것처럼...

 

마을 길과 도로를 지나

우물안 개구리 레스토랑을 지나

올레길은 바다를 만난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도

오래된 정으로 뭉친 친구를 만나는 것도

언제나 설레임이기를 희망한다.

 

 

요기만 살짝 넘어가면 바다를 마주한다.

푸른 하늘이 푸른 빛깔을 바다와 나누었을까?

푸른 바다가 푸른 빛깔을 하늘과 나누었을까?

 

하루종일 내린 비는 흘러흘러 나처럼 신풍리 바다까지 함께 왔다.

 

 

 

신풍 신천 바다목장이 시작된다.

목장은 아직도 군데군데 오전 비를 머금고 있다.

 

 

 

올레꾼은 지나갈 수 있다.

제주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물씬 풍긴다.

간세다리마저 저기 저 초원 위를 거닐고 싶은 듯

고개를 쭉 내밀어 풀을 먹는 소들 곁에 가 있다.

 

 

 눈이 밝아진다.

마음이 환해진다.

품이 넓은 사람을 만났을 때가 바로 이런 느낌이다.

 

 

 저 멀리 성산포, 성산일충봉이 끝자락에 있다.

되돌아 본 풍경이 한꺼번에 내게로 구름을 타고 와락 안겨든다.

혼자 걷는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혼자 걷는 길이 아니다.

 

 

 이제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인생, 참으로 복된 하느님의 선물이 함께 합니다.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서 하느님의 선물을 찾아보십시오.

그리고 감탄하는 삶을 우리 삽시다.

 

 

우와!

이 처럼 하느님 은총은 온통 우리를 덮고 있습니다.

"사랑한다. 내 아들아! 사랑한다. 내 딸아! "

하느님의 사랑 고백 들리시지요!

 

 

 비가 물러간 뒤

소들도 이제 한 걸음 한 걸음

바다를 향해 천천히 걸어옵니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해야 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참으로 일하는, 하느님 처럼 일하는 사람은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일합니다.

 

 

 신풍신천 바다목장이 끝나고

저기 저 멀리 오늘 제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보입니다.

아스란히 멀어보이지만

벌써 구름친구가 마중을 나왔습니다.

"안녕!"

 

 

 길을 다듬어 준 사람들의 마음을 봅니다.

사랑하는 마음, 친구들을 배려하는 고마운 마음을 봅니다.

"고맙습니다."

 

 

신천리 마을길입니다.

길 모퉁이에 편하게 주저앉아 휴식을 취합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퉁퉁 불어오른 발에게 세상을 구경 시켜줍니다.

집, 저기 저 집 사람들도 편안하시기를......

 

 

신천리와 하천리가 만나는 곳에

재미있는 이름을 지니고 있는 친구를 소개합니다.

'배고픈 다리' 

'고픈 배처럼 밑으로 쑥꺼진 다리, 한라산에서부터 흘러와 바다로 이어지는 천미천의 꼬리 부분'

한라산에서 제주를 가로질러 흘러내리는 물의 양이 많으면

배고픈 다리는 허리를 쭉 펴듯 물이 다리 위로 흘러 넘칩니다.

 

 

 

 배고픈 다리가 허기를 채웠습니다.

오늘 오전의 비로인해 물이 넘쳐흐릅니다.

너는 배를 불렸지만

난 신발을 벗어야 한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구었습니다.

수고했다고 물의 손길이 제 발등을 어루만져줍니다.

 

 

해녀들의 길입니다.

이 길을 쭉 타고 가다 길이 멈추면 해녀들의 일터가 있습니다.

농촌에는 농로가 있듯이...

 

 

 

 드디어 오늘의 올레 3코스 최종 목적지가 눈앞입니다.

오후 다섯시 반을 넘긴 시간

해는 서서히 한라산 뒤편으로 넘어가는 시간

사진에 가장 어울리는 경사진 빛이 들어오는 시간

하루의 모든 수고를 씻어주는 상쾌, 통쾌함

그리고

"몸서리 쳐지는...... 전율!"

 

 

 

표선 백사장,

물이 바다로 뒤로 한침을 밀려난 시간입니다.

백사장을 가로질러 갑니다.

물이 찬 시간에는 빙 둘러 당케포구에 이를 수 있는데

오늘은 백사장을 가로질러 갑니다.

 

 

 

 

 

 

 

 

 

 

 

 독자봉에서 만났던

아버지와 아들이 저를 앞서 바다를 향합니다.

저 또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모래알 한알 한알을 온몸으로 느끼며 바다를 행합니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까지 갈 수 있을건만 같습니다.

신발과 양말을 수도 없이 벗고 신었던 오늘의 올레

하지만 표선 백사장에서는 오히려 기쁨이었습니다.

 

 

 

 

 

 

역광,

하루종일 제주와 저를 덮었던 구름기둥 사이로

한라산이 얼핏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오후 여섯 시

표선 백사장을 가로질러 도착한 당케포구

오늘의 마침표

어머니 또한 오늘 일에 마침표를 찍고 계십니다.

 

빛이 비춰오는 한라산 보다

어머니는 더 위대하시다.

 

 

 

오늘의 여정에 저도 도장을 찍습니다.

3코스 종점 & 4코스 시작점에서

 

 

 하느님 고맙습니다.

당신 빛으로 오늘 하루를 이끌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밤도 당신 평화 안에서 편히 잠들게 하소서.

 

 

 

 

 

 

출처 : 하늘바다
글쓴이 : 하늘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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