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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이야기/- 일상에서

뜻밖의 초대

by 하늘 호수 2010. 10. 8.

 

 

 

 

뜻밖의 초대를 받았다

말로만 듣던, 그러나 한번쯤은 꼭 뵙고 싶었던 분

이해인 수녀님과 김정식 로제리오 형제님이 오신단다

 

가톨릭 신자가 되기 전인 이십대 초반에 이해인 수녀님 글들을 접하게 되었고

열렬한 팬이 되어 수녀님 시집을 늘 들고 다녔었다

읽는 글마다 다 좋았지만 해바라기 연가를 특히 좋아했었다

지금도 역시 수녀님의 시를 좋아하니 근 30년동안이나 수녀님을 좋아하고 있는거다

 

그런 분을 뵐 수 있다는 초청의 말씀에 감사했다

가야할 곳이 있긴 했지만, 매주 가는 곳이니 한번쯤은 빠지기로 하고

함께 가 주시겠다는 분도 있으니 든든함과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참석했다

 

수녀님의 모습을 뵈니 감동이 밀려왔다

건강이 좋지 않으심을 알았기에 그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수녀님을 뵐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자리가 아닌가?

 

고운 목소리로 시를 낭송해 주셨고

고운말을 쓰자는 말씀을 재미나게 해 주셨다

활짝 웃는 모습이 소녀 같으시다

로제리오 형제님 반주에 맞춰 낭낭한 목소리로 동요도 불러주셨고 율동도 해 주셨다

원래는 레지오 훈화를 하실 일이었는데,

신자들의 요청에 따라 전신자가 대상이 되었고

또 우리와 같이 타본당 신자도 함께 하게 되었다고 한다

 

수녀님의 예쁜 모습은 잔잔한 감동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다

다만 건강이 염려될 뿐이다

그날도 병원에서 검진 받고 오시느라 많이 지치셨을텐데도

내내 명랑하고 환한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했다

 

우리는 수녀님의 모습을 더 오래 오래 보고싶다

오래 오래 함께 하실 수 있도록 그분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수가 없다

참 좋으신 하느님께서 수녀님의 건강을 지켜주시어

수녀님과 우리가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시기를 기도한다

 

초청해주신 미카엘라 자매님!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자매님의 따스한 마음 늘 기억하겠습니다

하시는 일 위에 하느님의 크신 축복 함께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해바라기 연가

- 이해인 내 생애가 한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 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 드릴 것은 상처 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바다의 노래

이해인 시

김정식 곡 노래

 

바다는 온 몸으로 시를 읊는 나의 선생님

때로는 높게 때로는 낮게 어느날은 거칠게 어느날은 부드럽게
가끔은 내가 알아듣지 못해도 멈추지 않고 시를 읊는
푸른 목소리의 선생님

바다는 온 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나의 선생님
때로는 푸른 빛 때로는 남빛 어느날은 검푸른 빛 어느날은 회색 빛
음음~ 내가 알아보지 못해도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림을
쉬지않고 그리는가 아름다운 선생님

아이를 달래는 엄마처럼 가슴이 열린 바다
그는 가진게 많아도 뽐내지 않는다 줄게 많아도 우쭐대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 바다에 내려놓고 시원한 마음 들고온다
가득한 욕심 벗어놓고 빈마음 들고온다

썰물때의 바닷가에서 내가 바치는 바다빛 기도는
혼자서 가만히 당신을 부르는 것 바람속에 조용히 웃어보는 것
바다를 떠나서도 바다처럼 살겠다고 약속하는것




 

 

 

백일홍 편지

- 이해인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모든 만남은 생각보다 짧다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 부릴 이유는 하나도 없다

지금부터
백일만 산다고 생각하면
삶이 조금은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처음 보아도
낯설지 않은 고향친구처럼
편하게 다가오는 백일홍

날마다 무지개빛 편지를
족두리에 얹어
나에게 배달하네

살아있는 동안은
많이 웃고
행복해지라는 말도
늘 잊지 않으면서ㅡ

 

 

 

파도여 당신은

-이해인님



파도여 당신은 누어서도 잠들지 않는
바람의 집인가

어느날 죽어버린 나의꿈을 일으키며
산이 되는 파도여

오늘도 나는 말을 잃는다

신의 모습을 닮아 출렁이는 당신이
그리 또한 태연한가

사랑하지 않고는 잠시도 못 견디는
시퍼런 고뇌에 당신이

언젠가는 통째로 나를 안을 하느님
파도여 당신은
누워서도 잠 못 드는 기다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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