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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자신의 뜻을 마치 하느님 뜻인 것처럼...

by 하늘 호수 2011. 9. 1.

 

 

 

 

 

성모상 앞에 있는 봉헌함의 돈이 자꾸 없어지자

신부님이 도둑을 잡으려 아기 예수상 뒤에 숨어서 지켜보았습니다.

해질녘이 되자 한 거지가 들어와 성모상 앞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성모님, 오늘도 한 푼도 벌지 못했습니다. 하오니 아무 말씀 없으시면 허락하는 걸로 알고 돈을 가져가겠습니다."
 그는 인자한 표정으로 말없이 서 계신 성모님께 꾸벅 감사인사를 드린 후 봉헌함에 손을 들이밀었습니다.

다급해진 신부님이 소리쳤습니다.
 "안 돼!"
 놀란 도둑 거지가 고개를 홱 돌리자 아기 예수상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기고만장해서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너희 엄마가 가져가라고 하시잖아!"

 


 이 불경스러운 우스갯소리에서 도둑 거지의 순수한 믿음은 기특(?)하지만

'성모님이 가져가라 했다'는 것은 억지 중 억지입니다.

눈앞의 상황을 제멋대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적용한 것입니다.
 
 자신의 뜻을 마치 하느님 뜻인 것처럼, 자신의 뜻을 이뤄가면서 마치 하느님 뜻을 실행하는 것처럼,

자신을 위하면서 마치 하느님을 위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신자들이 있습니다.

 

:


 어떤 신자들은 하느님 뜻을 따른다고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뜻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하느님 뜻을 내세워 자신의 일을 정당화하지만,

많은 경우 그들이 내세우는 '하느님 뜻'은 사실 알고 보면 '자신의 뜻'입니다.

그들은 자신을 하느님 뜻에 맞추려 하지 않고 하느님을 자신의 관점에 맞추려 합니다.


 몸이 좀 아프고 피곤하면 '하느님도 이해하시겠지'하며 주일미사에 빠지고,

'남들도 다 그러니까 하느님 뜻에 크게 어긋날 게 없다'며 옳지 않은 것을 고집합니다.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는 '때가 되면 주님이 다 도와주실 거야'하며 꽁무니를 뺍니다.

 바로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처럼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면서 하느님 뜻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 평화신문, 박용식 신부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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